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두산중공업 창원 공장 방문은 현 정부의 그린뉴딜이 왜 제대로 된 그린뉴딜이 될 수 없는지를 보여 주었다.
대통령은 가스터빈·해상풍력·수소액화설비·연료전지 등을 시찰하고 이들을 이른바 선도형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치켜세우며 두산중공업 임원진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두산중공업 사업 개편에 의해 영향받는 노동자의 대표는 이번 방문에서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배석자를 최소화했다는 해명이 있었지만, 노조가 고용 불안 해소를 위해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요청하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석탄발전 의존을 방치한 채 몇몇 재생에너지 사업만 부각시키는 것은 곤란하며 대통령이 직접 두산중공업의 탈석탄 전환을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의 기자회견은 노조의 반발로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그린뉴딜은 기업의 이윤 창출과 양적 경제성장에 최우선 가치를 두는 발전주의·성장주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사회·경제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요술 방망이가 아니다. 기후정의운동이 지난 20여년간 줄곧 강조해 왔듯이 그러한 발전주의·성장주의가 깊이 각인된 현재의 정치·경제·사회 체제가 곧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심화시켜 온 근원이다. 그린뉴딜의 핵심은 이를 평등하고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정치·경제·사회 체제로 민주적으로 전환하는데 있다. 즉, 그린뉴딜은 전환의 방향, 과정과 결과 모든 차원에서 사회·경제·환경 정의가 관철되는 ‘정의로운 전환’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정의로운 전환’과는 거리가 멀었다.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은 부실 자회사 지원에서 비롯된 손실과 세계적인 탈탄소화 흐름을 읽지 못하고 석탄화력발전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점에 기인한 면이 크다. 그럼에도 정부가 3조6,000억원의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는 두산중공업에 탈탄소 전환 로드맵과 고용 유지 방안을 요구하는 한편 협력·하청업체의 업종 전환, 이들 업체 노동자의 고용 유지와 직종전환, 지역 공동체의 경제적 안정 등을 지원하는 정부·지자체의 계획이 제시되어야만 했다. 아울러 이러한 결정과 계획 수립에 노동자와 지역 주민 참여가 보장되어야 했다. 물론 어느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탈탄소화의 전망은 불투명한 가운데 인력 구조조정으로 모든 피해가 노동자에게 떠넘겨지고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노조와 기후 운동의 책임도 적지 않다. 두산중공업 노조가 주장하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생태적 지속 가능성에도, 세계 에너지 시장의 탈탄소·탈원전 흐름에도 역행한다는 점에서 고용 안정을 위한 중·장기 대안이 결코 될 수 없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원전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지역 시민사회와 연대해 정부에 ‘정의로운 전환’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금속노조·민주노총 등 상급노조도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산업 구조의 탈탄소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자신의 핵심 의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후 운동 역시 ‘정의로운 전환’을 부수적인 구호가 아닌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으로 전면에 내걸고 노동자와의 연대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탄소 배출 감축,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평등하고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정치·경제·사회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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