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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과 몸싸움 없었다...현대차 노사, 어떻게 무분규 합의 이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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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과 몸싸움 없었다...현대차 노사, 어떻게 무분규 합의 이뤘나

입력
2020.09.22 17:27
수정
2020.09.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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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임금 동결ㆍ2년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


코로나19 여파 속 사회적 분위기 반영

지난달 13일 현대자동차 노사 교섭 대표가 울산공장 본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지난달 13일 현대자동차 노사 교섭 대표가 울산공장 본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고성이나 분규는 예삿일로 여겨졌다. 때론 머리띠를 두른 조합원들과 고성이 오갔고 때로는 치열한 몸싸움도 이미 정해진 수순으로 보였다. 매년 이맘 때 현대자동차 노사가 임금협상 테이블에서 연례행사처럼 연출했던 모습은 그랬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주로 화상회의로 진행한 현대차 노사 협상 줄다리기에선 이런 모습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기본급을 동결한 40일간의 현대차 노사간 협상 일기다. 그 결과, 양 측은 ‘생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잠정합의안까지 끌어냈다. 코로나19의 장기화 조짐 속에 양측이 살아남기 위해 찾아낸 공감대가 덕분이다.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금 교섭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22일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21일 울산공장 등 3곳에서 화상회의로 열린 ‘2020 임금협상 제 13차 교섭’에서 기본급 동결, 성과급 150%, 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 10주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이 25일 전체 조합원 5만명가량을 대상으로 치르는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면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은 추석 전에 마무리 될 전망이다.

현대차 노사의 기본급 동결은 1998년 IMF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세 번째다. 그만큼 현대차 경영에 끼친 코로나19가 영향은 컸던 셈이다. 실제 올 들어 8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누적 판매량은 223만7,733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4% 감소했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주요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셧다운(폐쇄), 락다운(이동제한령) 등의 조치가 나오면서 생산은 물론 판매까지 모두 중단된 탓이다.

이에 존폐의 위기를 직감한 노사 양측은 지난달 12일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와 이상수 노조지부장 등 교섭대표 60여명이 상견례를 가진지 40일 만에 ‘무분규’ 잠정합의를 이끌어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실리’ 성향인 현 노조 집행부의 역할도 컸다. 이 지부장은 “가열찬 파업투쟁을 전개할 수도 있었지만,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인한 정리해고, 임금삭감, 구조조정 속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영세 노동자와 부품협력사 노동자들의 상실감, 박탈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강력한 파업투쟁을 전개한다면 명분과 실익을 챙기지 못하기 보다, 고용보장 합의서 등 노동자 생존을 위한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노사는 이번 합의에서도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국내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직자 고용안정 △전동차 확대 등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 대응 △미래산업 변화에 대비한 직무전환 프로그램 운영 △고객ㆍ국민과 함께하는 노사관계 실현 △자동차산업 위기극복을 위한 부품협력사 상생 지원 △품질향상을 통한 노사 고객만족 실현 등을 통해 자동차산업 생존과 상생의 노사관계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래 자동차 산업 변화 대응 부분에서도 노사 양측은 의견을 같이했다. 전기차, 수소전기차 시대가 되면 자동차 부품수가 절반 이상 줄게 되고, 고용 안정도 낮아지게 된다. 때문에 노사 양측은 미래변화대응 태스크포스팀(TFT), 고용안정위원회 등을 만들어 미래차 전용라인 관련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또 국내공장 물량 확보를 위해 다품종 생산 관련 설비 투자도 지속, 일자리 창출에 힘쓰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와 자동차산업 대 전환기 속에서 미래차 시대 경쟁력 확보와 생존을 위한 합의안 마련에 주력했다”며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노사가 합심해 위기를 극복하고, 전동화ㆍ자율주행 등 미래차 시대 선두주자로 도약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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