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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노출 독감 백신, 이상 없으면 쓰자? "1시간만 있어도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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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노출 독감 백신, 이상 없으면 쓰자? "1시간만 있어도 변질"

입력
2020.09.22 13:43
수정
2020.09.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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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과정서 제품 상온 노출은 이례적"
백신은 2~8도 냉장 상태 유지돼야?
항체 형성 효과 나타나는지 확인 필요?
"상온 노출되면 선진국선 폐기가 일반적"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22일 오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 일시 중단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22일 오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 일시 중단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무료로 맞힐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일부 물량이 유통 중 상온에 노출되는 문제가 생겨 22일 접종이 중단되면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유통 과정의 이 같은 문제는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게 제약업계의 전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당 백신에 이상이 없어도 폐기해야 한다는 견해와,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효능과 안전성에 큰 차이가 없다면 상온 노출됐던 제품도 접종하는 게 낫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에서 접종되는 독감 백신은 제약사가 생산 또는 수입한 뒤 보건당국의 검정 절차를 거쳐 유통에 들어간다. 보통 보건소에는 제약사가 자체 인력으로 백신을 직접 공급하고, 병·의원에는 의약품 도매업체를 통해 납품한다. 이번처럼 나라가 비용을 대는 무료접종인 경우엔 정부와 조달계약을 맺은 도매업체가 제약사에서 백신을 받아 의료기관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번에 조달계약을 맺은 도매업체는 의약품 유통 분야 중견기업인 신성약품이다. 신성약품 관계자는 "이번 같은 일은 전례가 없었다"며 "현황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유통해야 할 백신이 많을 경우에는 도매업체가 일부 운송 물량을 하청업체에 넘기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도매업체는 냉장 온도 유지 등 백신을 운반할 때 지켜야 할 규정을 하청업체에 교육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업체들은 규정을 잘 알고 있겠지만, 하청업체에 넘기는 과정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이날 보건당국의 설명과 업계가 파악한 상황을 종합하면 냉장시설이 갖춰진 차량에 실려 있던 백신을 지역별로 분배하기 위해 다른 차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차량 문을 열어둔 바람에 일부 제품이 상온에 노출됐던 것으로 보인다. 백신은 2~8도의 냉장 상태로 보관돼야 하고, 약사법은 백신을 운송하는 도매업체가 적정 온도를 유지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감 백신이 냉장 상태로 유지돼야 하는 이유는 주요 성분이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온도 변화에 민감해서 적정 온도보다 높거나 낮으면 쉽게 파괴되거나 변질될 수 있다. 국내에서 접종되는 백신 제품은 대부분 작은 유리 용기에 독감 바이러스 단백질의 일부분을 생리식염수와 함께 넣어둔 액체 상태다. 제조사별로 어떤 단백질을 넣는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온도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백신 성분이 실제로 변질됐을 지 여부는 상온에 얼마나 노출됐느냐에 달려 있다. 제조사들은 대개 30분~1시간 정도는 백신이 상온에 있어도 효능이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만든다. 병원에서 의료진이 접종을 위해 백신 제품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서다. 이를 감안하면 상온에 1시간 이상 노출됐을 경우 효능이나 안전성이 허가 받은 것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보건당국은 상온에 노출됐던 제품들을 일단 조사한 뒤 폐기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상온 노출 제품이 폐기될 경우 향후 독감 백신이 부족해질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확산의 영향으로 독감 백신 접종 수요가 늘 것을 예측해 정부가 미리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뒀다면 일부 제품을 폐기해도 공급에 큰 문제가 없었을 거라고 아쉬워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사(死)백신인 독감 백신은 생(生)백신보다는 덜 민감하다”면서도 “(상온 노출 제품에 대해) 허가 받았을 때만큼의 항체 형성 효과가 나타나는지, 성분 변질에 따른 안전성에 차이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사에서 일하는 한 백신 전문가는 “상온에 노출된 뒤 당장은 괜찮을 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유효 성분에 변화가 생길 개연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선진국에선 일단 상온에 노출된 백신은 안전성을 위해 폐기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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