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광주그린카진흥원 '수난 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기관장 갑질 논란과 채용 비리 의혹 등 기관 운영의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던 그린카진흥원이 광주시의 운영 실태 지도ㆍ점검과 광주시감사위원회 특정감사에 이어 결국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지난 8일 원장 사퇴로 잠잠해지나 싶었던 여론의 따가운 시선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광주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그린카진흥원의 채용 비리 의혹 등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직원 채용은 물론 계약업무 처리와 관련한 자료 등을 제출해달라고 진흥원 측에 요구했다. 경찰은 진흥원 지도ㆍ감독 부서인 광주시 자동차산업과가 지난 7월 16~29일 진흥원을 상대로 실시했던 업무 전반에 대해 운영 실태 지도ㆍ점검과 관련된 자료도 요청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진흥원의 업무 전반에 대한 비리 의혹을 들여다보겠지만 관건은 일단 채용 비리 여부에 모아질 전망이다. 이미 전임 원장인 B씨가 사실상 개인 운전기사로 전용(專用)했던 직원이 지난해 정규직 공개 채용 당시 입사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했는데도 채용된 게 드러난 터다. 또 B씨가 2018년 11월 원장 취임 이후 진흥원이 직원 채용 과정에서 자격기준을 확대 해석하거나 자의적으로 판단해 합격시킨 직원도 모두 5명에 달했다. 진흥원은 지난해 9월 취업박람회를 추진하면서 제한입찰과 관련한 규정을 어겨가며 담당 부서 간부의 부인이 운영하는 업체를 박람회 개최 용역업체(계약금 7,000만원)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번 경찰 수사는 광주시와 진흥원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진흥원 안팎에선 비위 직원들을 감싸고 돌던 B씨의 태도와 지도ㆍ점검 결과를 감추는 듯한 광주시의 행태가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B씨는 지난달 21일 시가 비위 직원 10명(중복 포함)에 대한 신분상 조치(징계)를 요구한 데 대해 "징계 사안이 아니다"며 8명에겐 면죄부를 주고 2명에 대해서만 경징계(견책)했다. 이 과정에서 자체 인사관리규칙은 무시됐다. 이를 두고 "진흥원이 집단적 도덕불감증에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진흥원이 경찰 조사의 수술대에 오르면서 관심의 초점은 과연 경찰이 어디까지 메스를 들이댈지에 옮겨지고 있다. 물론 경찰의 입장은 "현재로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수술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채용 비리를 넘어 진흥원이 추진하는 각종 사업과 관련해 예산이 부정 집행됐는지 등도 살펴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게 광주시감사위원회가 특정감사를 하면서 각종 사업비 집행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한 것도 경찰의 수사 확대를 강제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B씨가 사직서를 낸 이후 업무추진비 집행 등을 놓고도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아 수사가 어디로 튈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뒷말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이처럼 경찰이 수사의 칼끝을 진흥원에 겨누면서 광주형 일자리 합작법인 (주)광주글로벌모터스 1대 주주로서 진흥원의 위상은 온데간데없어졌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심지어 "언제는 위상이란게 있기나 했냐"는 비아냥까지 들릴 정도다. 여기에 이용섭 광주시장이 입버릇처럼 외쳤던 공공기관 혁신도 헛구호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질책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 상당수가 인사 전횡, 채용 비리, 사업추진 부실 등으로 광주발전을 저해하고 시민들께 큰 실망을 주고 있다"고 했던 이 시장의 발언은 안타깝게도 아직 유효하고,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선 7기는 혁신으로 시작해 혁신으로 성공할 것"이라던 그의 호언장담은 언제쯤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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