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부호 아르카디 로텐베르크(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6년 9월 15일 케르치의 크림대교 건설 현장을 찾아 함께 둘러보고 있다. 케르치=AP 연합뉴스
세계 유수의 은행들을 통한 검은돈 거래 정황이 대거 폭로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는 서방국가 제재 명단에 오른 뒤에도 버젓이 영국 대형은행을 통해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러시아의 갑부 아르카디 로텐베르크 형제가 소유한 기업이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 계좌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관리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버즈피드 등에서 글로벌 은행들이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반(FinCEN)에 제출한 의심활동보고서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문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로텐베르크는 2008년 ‘어드밴티지 얼라이언스’라는 기업의 계좌를 바클레이즈에 개설하고, 2012~2016년 이 계좌로 6,000만파운드(약 900억원)를 입ㆍ출금했다. 문제는 로텐베르크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 명단에 올라있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2014년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자 러시아 기업과 정ㆍ재계 인사 다수를 제재했는데, 이때 로텐베르크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로텐베르크와 그의 동생은 어린 시절 푸틴과 같은 유도장에서 운동하면서 친해진 사이로, 러시아 핵심 권부와 매우 가까운 것으로 미 정부는 보고 있다. 이들 형제는 푸틴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국영 석유 기업이나 소치 동계올림픽 관련 계약을 수주, 거액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7월 미 상원은 로텐베르크가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였다 되파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해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로텐베르크는 2014년 6월 750만달러(약 90억원)를 들여 르네 마그리트의 미술작품(La Poitrine)을 샀는데, 이 때도 바클레이즈 계좌를 통해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로텐베르크의 계좌들은 서방 당국의 제재 이후인 2017년까지 유지되다 이후 은행 측 조사를 거쳐 폐쇄됐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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