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근로복지공단 상대 행정소송 1심서 승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LG디스플레이(LGD)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려 숨진 협력업체 직원이 사망 7년만에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2013년 39세의 나이로 숨진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노광장비(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넣는 장비)의 설치 및 유지보수 업무에 종사하다 폐암에 걸렸고 2013년 사망했다. 노광장비 운용 과정에서는 발암물질인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이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가 근무했던 LGD 공장에서는 니켈도 검출됐다. A씨가 노광장비 업무에 종사한 기간은 총 11년 6개월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4년 5개월, LGD 공장에서는 7년 1개월 동안 일했다.
A씨의 유족은 2014년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3년 뒤 기각됐다. “비소나 전리방사선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고, 노출됐더라도 그 농도가 낮으며, 폐암을 유발할 다른 물질에 노출됐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도 재심 청구를 기각하자 유족은 소송을 냈다.
법원은 근로복지공단과 달리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제암연구소(IARC) 분류에 따라 전리방사선과 니켈은 폐암 유발에 제한적 근거를 갖는 물질이고, 포름알데히드는 아직 분류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첨단 산업현장에서는 유해물질과 특정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정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A씨가 노출된 여러 유해물질이 폐암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재판부는 “노광장비 설치 및 유지보수 업무 종사자는 유해물질에 직접 노출될 위험성이 더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유지보수 작업자가 장비 내부에 들어간 채로 장비를 가동하기도 했다는 증언, 신속하게 수리하기 위해 유해물질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클린룸 내부에 상주했을 가능성이 고려된 것이다.
재판부는 그 밖에도 △통계적으로 폐암은 40세 이전에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고 △기존 질환이나 가족력도 없었으며 △흡연과 연관성이 낮은 유형의 암이었고 △진행속도가 급격히 빨랐다는 점에서 업무 연관성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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