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가축병원, 전 개 농장주에 동물 관리 맡겨
오물 속 발이 빠지는 뜬장에서 유기견 길러
다른 개들 보는 앞에서 안락사, 동물보호법 위반
경북 울진에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유기동물 관리를 위탁 받은 동물병원이 전직 개 농장주에게 동물 관리를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전 개 농장주 A씨는 식용으로 개들을 기르던 뜬장(배설물 처리를 위해 바닥에 구멍을 뚫은 철창)에서 유기견을 관리하고 있었다. 또 지자체로부터 위탁 받은 동물병원 수의사는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동물을 죽이는 불법 안락사를 시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와 경북도청에 따르면 비구협 활동가들과 울진군 담당 공무원은 1일 울진군 유기동물 보호소인 울진가축병원을 방문하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 유기견들이 관리되던 현장은 식용 개 농장을 방불케 했다. 유영재 비구협 대표는 "뜬장에서 묵은 사료와 배변, 견사 바닥에서 뿜어 나오는 악취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했는데도 숨조차 쉬기가 힘들었고, 눈을 뜨기가 힘들 지경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칸은 유기 동물들을 관리하고, 나머지 두 칸은 일반 개들을 기르는 방식이었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울진군은 직영으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가 따로 없다"며 "군과 유기동물 보호소 위탁계약을 맺은 울진가축병원이 공간상 문제로 전 개 농장주에게 동물을 맡긴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를 관리하는 곳이 실외에 있다 보니 수의사가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안락사를 시행했다"고 인정했다. 이는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제8조 2항을 어긴 것이다.
전 개 농장주 A씨는 폐업신고를 했다면서도 현장을 방문한 비구협 활동가들에게 용돈벌이를 위해 나머지 두 칸에서 기르는 개들을 개 장수에게 팔아 넘긴 것을 시인했다. A씨는 "개 장수가 오면 개들을 도살하지는 않고 산 채로 넘겼다"고 밝혔다. 비구협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는 안락사 됐다고 처리된 개가 실제로는 일반 개들을 기르는 칸으로 이동해서 길러지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청 관계자는 "울진군으로부터 확인한 결과 전직 개 농장주는 맞지만 현재는 폐업을 한 상태로 유기견들을 식용으로 판매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울진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잘못 운영해 온 것은 인정한다. 기존 위탁업체와도 계약을 해지했다"며 "다음달에 고성리에 직영 보호소 완공 예정인데 그 전에 임시 보호견사를 만들어 개들을 이동시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비구협, 지자체 동물보호소 직영 전환 국민청원 시작
비구협은 7월부터 경상, 전라 지역 지자체 보호소 실태를 점검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울진군 보호소를 포함해 25곳을 방문했다. 비구협은 지자체 한두 군데의 문제가 아니라 보호소의 전반적 문제라고 보고 보호소 운영 개선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했다.
비구협은 이날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를 시군 직영으로 전환해주십시오'라는 국민청원을 통해 "현재 유기견 동물보호소의 85%를 민간이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다"며 "수익을 남겨야 하는 상황이라 보호소는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구협은 또 "지자체 유기견 동물보호소를 민간 위탁이 아닌 직영 동물보호소로 전환해야 한다"며 "인도적 처리를 위반하는 고통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지방에서 방치된 채 길러지는 개들의 중성화 사업을 위한 제도적 정비와 내장칩 등록 의무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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