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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권과 국격

입력
2020.09.24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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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우려하는 공정경제 3법의 독소조항. 한국일보 그래픽뉴스부

재계가 우려하는 공정경제 3법의 독소조항. 한국일보 그래픽뉴스부


공정경제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추진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재계는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 일부 언론은 위 3법을 ‘기업규제 3법’이라 칭하기도 한다.

물론 일부 조항은 재계 주장대로 국제 기준보다 더 강한 것도 있다.

감사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제도다. 그러나 법과 제도는 현실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제도가 왜 도입됐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962년 상법을 제정할 때 도입된 이 규정의 입법취지는 대주주의 뜻에 좌우되지 않는 공정한 감사를 선출하기 위함이다.

기업은 대주주의 주식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이를 회피했다. 이에 대응해 증권거래법에 ‘상장법인은 특수관계인의 주식을 합산해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 1997년이다. 2009년 상법 개정 때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 했다.

그런데 감사위원은 대개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한다. 감사위원 선출은 의결권 3% 제한을 받지만 일단 일반 결의로 선출된 이사가 대상이다. 지배주주에 우호적인 이사회가 구성될 경우 유명무실해 지는 것이다.

실제 외부 주주의 감사 선임 시도를 무산시키고자 주주총회 직전 단기 차입으로 자산 총액을 2조원 이상으로 만든 뒤 자동으로 감사위원회로 전환한 상장회사 사례가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이런 우회 전략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제도 재계 주장대로 입법례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장 계열사(A)의 자금을 동원해 비상장사를 설립한 뒤, 이를 통해 A의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현재는 A의 주주들이 민사적으로 다툴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다중대표소송제로 보완하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주주간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공정거래법의 ‘부당지원행위ㆍ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 금지’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상당 부분도 지배주주 일가의 사익편취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주식회사, 특히 상장기업은 공화정이다. 공화정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듯,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ㆍ감시하듯, 이사회가 경영진을 감독하고 선임한다.

BTS가 빌보드 1등을 하고, K-방역으로 G7 수준의 국격을 넘보는 대한민국에서 영어로 번역하기도 어려운 ‘기업 옥죄기’, ‘기업 기살리기’ 등을 이유로 주식회사의 주인인 주주를 무시하는 행태가 언제쯤 개선될지 참으로 걱정이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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