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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 기업’의 시대

입력
2020.09.2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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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가 공격하고 있는 중국 앱 틱톡과 위쳇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가 공격하고 있는 중국 앱 틱톡과 위쳇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이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내 다운로드 금지 조치 발효를 불과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소생했다. 틱톡은 미국에서만 1억명이 사용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체적 증거 제시도 없이 “미국 이용자 정보가 중국 정부로 넘어간다”며 사용 중지 조치를 내리려 했다. 틱톡은 미국 사업을 관장할 ‘틱톡 글로벌’을 미국 텍사스주에 설립하고, 미국 기업 오라클과 월마트에 20% 지분을 넘기기로 하면서, 미국 내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프랑켄 기업(Frankenfirm)의 탄생’이라고 표현했다. ‘프랑켄 기업’은 신기술 개발자가 규제를 피할 법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이질적 부분들을 결합해 괴물 ‘프랑켄슈타인’처럼 만든 기업을 뜻하는 신조어다. 유전자 조작 식품을 ‘프랑켄푸드’라 부르는 것에서 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켄 기업은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면서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대선이 코앞인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글로벌이 텍사스에 2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 교육분야에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를 기부할 것”이라고 생색을 냈지만, 그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틱톡 개발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기부금 얘기는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자리 역시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중국이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수출 허가 기술 품목에 틱톡 필수 기술들을 대거 포함했다. 틱톡의 미국 법인 설립을 무산시킬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 20세기 초반 미국 대표기업 포드 GM 등은 유럽의 무역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진출 지역의 자본과 합작사를 세우거나 카르텔을 만들며 앞선 자동차 기술을 습득했다. 100년이 지난 후 처지가 바뀐 셈이다. 카를 마르크스는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은 코미디로”라는 말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기업 공격은 더 많은 프랑켄 기업의 출현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결말이 비극이 될지, 코미디가 될지 궁금하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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