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이길리 주민 청와대 앞 상경집회
"강원도와 정부, 집단이주 약속 지켜야"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주민들이 21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에 집단이주 지원을 촉구했다. 이길리 주민 제공
지난달 집중호우로 한탄강이 범람,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주민들이 집단 이주를 요청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21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해 당시 강원지사와 국무총리, 여당대표 등 높으신 분들이 찾아와 이주대책을 약속했으나 이후 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주택 건축비 지원액수가 가구당 1,600만원에 불과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주민들은 "지뢰가 나뒹구는 곳에서 또 물난리를 당하고 살라는 말로 들린다"고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종 철원군수도 이날 상경 주민들과 함께 했다.
이길리는 중부전선 민간인통제선 내에 지어진 마을이다. 조성 당시 북한 오성산에서 잘 보이는 곳에 선전마을을 지어야 한다는 군 당국의 의지로 한탄강 인근에 자리 잡게 됐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저지대에 마을이 만들어진 탓에 주민들이 40년째 수해를 걱정하는 이유다.
지난달 초엔 닷새간 7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한탄강이 범람, 주택 68채가 침수됐다. 마을 주민 139명이 황급히 몸을 피했다. 순식 간에 쏟아진 흙탕물에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심각했다.
이길리의 물난리는 올해 만이 아니다. 앞서 1996년과 1999년에도 마을이 흙탕물에 잠겨 집단 이주를 요청했다.
김종연(54) 이장은 호소문을 통해 "장마에 허무하게 커다란 제방이 무너져 삶의 터전인 마을전체가 순식간에 물에 잠기고 말았다"며 "더욱이 비무장지(DMZ)대에 지천으로 뿌려져 있는 대인 지뢰가 물에 떠 내려와 위험지대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이주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원도는 한편 국비지원을 받아 이길리 등 민통선 이북 마을부지를 매입, 주민들의 이주를 추진하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1일 오후 한탄천의 범람으로 마을 전체가 완전히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은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마을에서 피해 복구가 한창이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