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찾기에 나선 쌍용자동차가 미국 자동차 유통 스타트업 ‘HAAH오토모티브홀딩스(HAAH)’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HAAH가 지난 주 투자제안서를 제출했을 뿐, 다른 투자자들은 쌍용차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HAAH가 중국 자동차 업체 ‘체리’와 깊은 관계란 점에서, 과거 쌍용차 인수 당시 불거졌던 ‘상하이차 먹튀 악몽’ 재현에 대한 우려도 내놓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 및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HAAH는 지난 17일 쌍용차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 로스차일드 측에 충분한 경영권 지분을 포함한 3,0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 관련 제안서를 전달했다. 다만 이번 제안서가 ‘바인딩 오퍼(구속력 있는 제안)’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쌍용차와 대주주인 마힌드라&마힌드라(마힌드라)는 HAAH의 제안서를 검토 중이다. 만약 계약이 성사될 경우 마힌드라는 현재 74.65%인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춰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게 된다. 21일 종가 기준 쌍용차 시가총액은 6,608억원이다. HAAH 측은 3,000억원으로 45.39%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실제 계약에선 HAAH 측이 경영권 보장을 위해 50% 이상의 지분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HAAH는 2014년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으로,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자동차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체리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반조립상태(CKD) 형태로 수입해 내년부터 ‘반타스’란 브랜드로 판매할 예정이다. 또 체리의 ‘T1X’ 차체를 기반으로 한 두 번째 브랜드 ‘T-GO’를 2022년말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에는 티볼리, 코란도 등의 기존 플랫폼을 활용한 전기차를 출시해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HAAH의 투자여력이나 사업계획 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우선 HAAH 지난해 매출액이 2,000만달러(약 240억원)에 불과하다. 때문에 연매출 3조6,000억원의 쌍용차를 인수하기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체리가 HAAH를 앞세워서 쌍용차를 우회적으로 지배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체리는 HAAH의 적지 않은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업계에선 '제2의 상하이차 먹튀 악몽'도 떠올리고 있다. 상하이차는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1조원 이상의 기술을 유출하고, 2,600여명을 정리해고 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HAAH 측이 산업은행에 투자자금을 스스로 조달해오면 기존 채권단이 유사 금액을 출자하는 인수 방식 등을 제안한 것을 보면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금 조달 과정에서 체리 측에서 직간접적인 참여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쌍용차 입장에서는 차입금도 해결해야 해 인수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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