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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힘든데 규제로 또 옥죄나"... 우군 없는 '사면초가'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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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힘든데 규제로 또 옥죄나"... 우군 없는 '사면초가' 재계

입력
2020.09.22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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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3법 국회 통과 기류에 경제단체 비상
박용만 상의 회장, 기자회견 열어 정치권에 쓴소리
상의와 나머지 경제단체 미묘한 입장 차이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2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에 쓴소리를 하고 있다. 기업들이 반대하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재계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대한상의 제공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2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에 쓴소리를 하고 있다. 기업들이 반대하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재계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대한상의 제공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인 공정경제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당을 중심으로 발의된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ㆍ상법ㆍ금융그룹감독법)에 야당 대표(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찬성의 뜻을 밝히면서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마당에 이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적잖은 타격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 여당은 물론 우군으로 믿었던 야권까지 등을 돌려 사면초가에 내몰린 재계는 배수진을 치고 입법 저지에 나섰다.

총대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메고 나섰다. 박 회장은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이 경제에 눈귀를 닫은 채 자기정치에 몰두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생사절벽에서 발버둥 치는데 정치권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공정경제 3법을 밀어붙이는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 회장은 "기업 이야기를 안 듣고 정치권에서 합의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경제가 정치의 도구로 쓰인다는 생각이 들 땐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정경제 3법 중 기업들이 꼽는 독소조항은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다중대표 소송제도,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등. 이중 가장 논란이 뜨거운 게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다. 현행 상법은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사 가운데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돼 있는데 개정된 상법에는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최대 주주 의결권은 특수관계인과 합산해서 3%로 제한된다. 감사위원이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하도록 하자는 취지이지만, 펀드나 기관 투자자들의 영향이 커지면서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과거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공격했을 때처럼 투기자본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모(母)회사 주주가 불법을 저지른 자(子)회사 임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 소송제도 역시 재계로선 매우 민감하다. 재계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해 주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경우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가 지분 30%를 가진 기업에서 20%를 가진 기업으로 확대되면서 대상 기업도 늘어난다. 기업들이 이 규제를 피하려면 총수는 기존 보유 지분을 팔아야 하고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더 많이 사들여야 한다.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공정거래법의 전속 고발권이 폐지되면 앞으로 시민단체 등의 고발 등에 따른 수사가 봇물을 이룰 것이란 게 재계의 걱정이다.


재계가 우려하는 공정경제 3법의 독소조항.jpg

재계가 우려하는 공정경제 3법의 독소조항.jpg


경제단체장들은 일단 이들 법안의 통과를 막기 위해 일제히 국회로 달려가고 있다. 지난 15일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김종인 위원장을 찾아갔고 박용만 회장도 22일 국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위원장과 면담할 예정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2일 국회 방문에 이어 23일 김종인 위원장 등 야당 지도부를 만난다.

다만 경제단체 간에도 미묘한 입장 차이는 감지된다. 대한상의는 이날 국회에 38개 경제 관련 입법과제를 정리한 건의문을 내면서 공정경제 3법 일부에 대한 대안도 내놨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의 경우 투기펀드 등이 이사회에 진출하려고 할 경우 3% 룰을 풀어주고, 다중대표 소송제는 소송 요건을 강화해 달라는 내용이다. 아울러 공정거래법 사익편취에 대해서도 지주회사 소속 기업들 거래는 예외로 해달라고 제시했다. 반면 경총과 전경련 등은 해당조항의 도입에 전면 반대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선명적이고 사전적인 반대보다 논의 과정에서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며 "우리(재계)가 지금 논의하자고 하는데 정치권이 그냥 가자고 하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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