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 재무부 산하기관 문건 등 분석
"거래 승인규모 1억7000만달러 넘어"
북한이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던 시기에도 유령회사를 활용하거나 중국 기업 도움을 받아 미 주요 은행을 거쳐 자금을 세탁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미 NBC방송은 20일(현지시간) “수년간 JP모건과 뉴욕멜론은행 등 미국 은행을 통해 승인된 북한 자금세탁 규모가 1억7,480만달러(2,031억원)를 넘는다”고 보도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U)와 인터넷매체 버즈피드, 전 세계 400명 이상의 언론인과 함께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등에서 입수한 문건을 분석한 결과다. 이들 문건은 주로 2008~2017년 기간을 다루고 있는데, 당시 미국은 북한의 핵ㆍ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항해 제재 고삐를 조이고 있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NBC가 소개한 대표적 위법 사례는 중국 단둥훙샹실업발전과 마샤오훙(馬曉紅) 대표 건이다. 해당 기업과 대표는 대량살상무기(WMD) 제조에 관련돼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기업과 금융거래를 한 혐의로 이미 미 법무부에 의해 기소된 상태다. 뉴욕멜론은행이 제출한 의심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마 대표와 업체는 일련의 위장기업을 활용, 중국과 싱가포르, 캄보디아, 미국 등을 거쳐 수천만달러의 자금을 미 은행을 통해 북한으로 송금했다. 방송은 “마 대표가 북한과 사업을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은행은 수십 건의 이체를 허용했다”고 꼬집었다.
JP모건체이스은행도 2011~2013년 북한과 연관된 11개 기업 및 개인에게 이득을 제공한 8,920만달러 규모의 거래를 감시했다고 당국에 밝혔다. 감시 대상에는 단둥 싼장무역, 싱가포르 SUTL 등이 포함됐다. 싼장무역은 북한에 최소 80차례 선적한 것으로 알려졌고, 2014년 유엔 보고서에서 북한 선적에 연루된 기업으로 적시되기도 했다. 은행 측은 “의심활동보고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있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NBC는 미국의 은행이 자금세탁에 활용되는 이유로 해외 은행 외환이나 다른 거래를 위한 ‘대리은행 업무(correspondent)’를 제공하는 점을 꼽았다. 재무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금 세탁자들이 불법 자금을 옮길 때 종종 대리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면서 “미 금융기관이 때때로 이 거래를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대한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자금세탁을 적발하고 제재할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다는 토로도 나왔다. 한 전직 재무부 당국자는 방송에 “북한 등 자금 세탁자들을 대응하는 매일의 노력은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경쟁”이라며 “유령회사는 며칠 만에 재빨리 만들 수 있지만 자금세탁 네트워크를 해체하는 데는 몇 달,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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