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일 82명을 기록, 수도권을 중심으로 2차 유행이 시작된 지난 8월 중순 이후 38일 만에 두 자릿 수로 떨어졌다. 수도권에서 봉쇄에 준하는 2.5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는 등 강력한 방역 조치가 취해지고, 시민들이 불편함과 고통을 함께 감내하며 방역에 적극 동참한 덕분이다.
문제는 다음 주 시작될 추석 연휴다. 정부는 5일간의 황금 연휴가 방역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국민들에게 추석 귀성 자제를 요청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역병이 돌 때는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는 조선왕조실록 기록까지 언급할 정도로 정부는 연휴 기간 이동량 감소를 통한 재확산세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덕분인지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 추석에 고향을 방문하겠다는 응답이 4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고 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귀성객들이 아닌 행락객들이다. 제주 5성급 호텔 예약률이 평균 70∼80% 수준을 보이는 등 이번 연휴 기간에 2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제주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단풍철을 맞은 강원 설악산 지역의 주요 숙박 시설에도 예약 문의가 잇따른다고 한다. 5월과 8월 연휴 직후 확진자가 급증했던 끔찍한 상황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관광지를 찾은 이들의 안이한 태도는 귀성을 포기한 채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많은 이들을 허탈하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될 이유는 더 있다. 지난 2주간 감염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환자’ 비율이 28%에 달하는 등 조용한 전파의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21일부터 재개되는 수도권 지역 등교도 재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날 수도권 이외 지역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유지 방침을 밝힌 것은 적절한 신호로 보인다. 긴장 이완으로 재확산이 되풀이된다면 자칫 국민들의 자포자기로 이어질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맞지 않도록 지금은 방역의 고삐를 단단히 좨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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