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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양승태 대법원, 긴즈버그 방한 때 성소수자 만남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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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양승태 대법원, 긴즈버그 방한 때 성소수자 만남 방해"

입력
2020.09.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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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2015년 8월 긴즈버그 방한 뒷 얘기 전해
"대법원, 성소수자 면담에 신경질적으로 반응"

임태훈(오른쪽) 군인권센터 소장이 2015년 8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방한 때 촬영한 기념사진. 임태훈 페이스북 캡처

임태훈(오른쪽) 군인권센터 소장이 2015년 8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방한 때 촬영한 기념사진. 임태훈 페이스북 캡처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이 방한한 2015년 8월 양승태 대법원이 긴즈버그 대법관과 한국 성소수자의 만남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대법원이 이들의 만남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하며 "극도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보수적인 대법관의 방문을 기대한 양승태 대법원장은 가장 진보적인 대법관의 방문에 많이 당혹스러워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5년 8월 긴즈버그 대법관의 방한은 양 대법원장의 미 연방대법원 방문에 대한 답방 이자, 한국 대법원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당시 누가 방한할지 논의하는 미 연방대법원 회의 자리에서 긴즈버그의 자청으로 그의 방한이 이뤄졌다는 게 임 소장의 설명이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당시 주베트남 미국 대사의 동성 결혼식 주례를 하게 됐고, 베트남에 가기 전 한국을 방문했다.

"양승태 대법원, 美대사관에 면담을 비밀로 해 달라고 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이 2017년 새해 첫날 워싱턴DC 대법원에서 동료 대법관들과 함께 사진촬영에 참여한 모습. 연합뉴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이 2017년 새해 첫날 워싱턴DC 대법원에서 동료 대법관들과 함께 사진촬영에 참여한 모습. 연합뉴스

임 소장은 긴즈버그 대법관이 주한 미국 대사관 측에 한국 성소수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대법원이 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대법원은 이 만남을 방해하기 위해 공식 일정을 내주지 않았다"며 "결국 (주한 미국) 대사관 관계자가 긴즈버그 대법관 수행 비서에게 연락해 공식 일정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임 소장은 대법원이 주한 미국 대사관에 성소수자와 만남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법원이 만남이 성사된 것을 알자 미 대사관 측에 '가급적 이번 만남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른다"며 "우리의 만남은 홍석천씨의 서울 이태원 레스토랑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언론사들이 알게 되면서 장소는 급히 서울 용산 미군기지로 변경됐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당시 (미 대사관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면담 내용과 만찬 사진을 올리라고 조언했고, 언론은 앞다퉈 기사화했다"며 "(대법원이) 양 대법원장과 긴즈버그 대법원 만남 기사가 (성소수자 만남 기사에) 밀려 화가 나 미 대사관 관계자에게 항의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됐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당시 양승태 대법원이 긴즈버그 대법관을 이용해 상고법원 설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내려고 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대법원의 처사에 화가 많이 난 저는 그녀에게 다음 날 대법원에서 열리는 간담회를 상고법원 설치에 이용하려는 꼼수가 계획돼 있다고 귀띔해 줬다"며 "그녀의 입에서 상고법원 설치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내려는 한국 대법원의 의도를 미리 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중석에 있는 현직 판사들이 동성결혼과 같은 민감한 질문을 할까봐 판사들의 질문 내용도 사전에 지정해 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헌재 소장 만남 성사되지 않게 꼼수 부려"

임 소장은 양승태 대법원이 당시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과 긴즈버그 대법관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도록 훼방을 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재 소장과의 만남도 성사시키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꼼수를 부렸다는 이야기를 비공식적인 루트로 듣게 됐다"며 "물론 나중에 헌재의 노력으로 면담은 성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승태 대법원은 가장 진보적인 긴즈버그 대법관의 방한이 유쾌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통상 이런 분이 방문하면 변호사 단체나 로스쿨 특강을 주선할 법한데, 일체 이런 대중 행사를 개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글을 마무리하며 "그녀와의 만남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당시에는 자세히 말할 수 없었다"며 "그녀가 오늘 우리 곁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을 접하면서 그녀와의 추억을 되새기게 돼 이제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글을 썼다"고 했다.

한편 대법원은 임 소장의 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옛날(5년전) 이야기라 당장 확인이 어려울 것 같지만 알아보겠다"라며 "SNS 내용만 보더라도 모두 비공식적 루트로 들었다는 것인데, 이를 대법원에서 파악하고 입장을 밝히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편, 긴즈버그 대법관은 18일(현지시간) 87세로 별세했다. 그는 미국 내 진보 진영의 '대모'로 불리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 왔다. 2018년 폐암에 걸려 투병하면서도 은퇴를 미루며 대법관 자리를 지켰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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