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휴대폰에 VPN(가상 사설 네트워크) 깔아주면 안돼요?"
기사 마감시간 무렵 걸려온 초등학교 6학년 막내 전화다. 지긋지긋한 온라인 수업을 끝내고 등교하더니 유튜브’를 봐야겠다고 보챈다. "틱톡은 너무 짧아요. 박지성(아이의 롤 모델) 축구 동영상도 별로 없고. 친구들은 죄다 유튜브로 보던데."
중국 틱톡과 미국 유튜브. 온라인 공간을 양분하는 동영상 서비스 최강자다. 가입자 수는 유튜브(20억명)가 틱톡(10억명)을 한참 앞선다. 반면 틱톡은 기세가 무섭다.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건수가 지난달 6,330만건을 넘었다. 게임을 제외하면 전 세계 1위다.
중국의 5세대 이동통신(5G) 사용자는 8,800만명을 웃돈다. 한반도 전체 인구보다 많다. 그런데도 담을 쌓아 유튜브와 틱톡을 갈라놨다. 자료를 찾고 이메일을 보내고 한국과 '카톡'으로 연락할 때마다 버튼을 바꿔 누르고 기다리는 건 번거로운 일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할 때는 이마저도 먹통이다. 제 집 문을 걸어잠그고는 동네 어귀에 울타리 친 미국에게 성내는 격이다.
불편하다. 하지만 이유를 따져묻기 보다는 다들 그러려니 하면서 지낸다. 중국 지인은 "네트워크로 침투한 외국 정치세력이 젊은이들을 선동해 사회 혼란과 불법을 조장할 수 있다"고 심드렁하게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틱톡의 숨통을 조이며 "개인정보 유출 차단과 국가안보를 위해서"라고 강변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미국의 펀치가 매서워질수록 중국은 '개방'을 외친다. 좁은 링을 벗어나 광야에서 한 판 붙자는 심산이다. 미국보다 먼저 기술표준의 깃발을 꽂으려 '디지털 주권'과 '데이터 안보'라는 신박한 논리도 동원했다. 구호는 그럴싸하지만 핵심가치인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은 뒷전으로 밀렸다.
"쇄국으로 쇠락하던 청나라와 닮았다." 화웨이의 5G 장비를 금지한 영국을 향해 류샤오밍 주영국 중국대사가 쏘아붙인 말이다.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중국은 무엇과 닮았을까. 아이는 베이징에서 유튜브에 접속하려 오늘도 엄마 휴대폰을 뒤적이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