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텔로미어(Telomereㆍ말단소체)는 막대 모양의 염색체(DNA) 양쪽 끝에 달려 있는 캡 모양 구조물로 염색체 손상을 막는 역할을 한다. 텔로미어는 세포분열을 거듭하면서 닳아서 짧아진다. 분자생물학자 엘리자베스 블랙번은 이처럼 텔로미어가 수명과 관련 있다는 연구로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진다. 이에 따라 스트레스를 줄이고, 금연하고, 잘 먹고, 충분히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노화를 늦추고 생명도 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블랙번은 그의 책 ‘텔로미어 효과’에서 노화를 생각보다 통제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그는 “텔로미어가 당신 말을 듣고, 행동에 귀기울이고, 당신 마음 상태에 귀를 기울인다”고 했다. 생활방식을 바꾸면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세포 노화 전문가인 주디스 캠피시도 “형편없는 식단을 꾸리고, 흡연하는 등 잘못된 생활습관은 텔로미어 길이를 줄이고 수명도 확실히 단축할 것”이라고 했다.
짧아진 텔로미어는 세포 노화 속도를 높이고, 염증을 유발하는 분자를 만들 가능성을 높인다.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면 나이와 관련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캠피시의 주장이다. 하지만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아도 세포가 노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텔로미어 길이 변화를 노화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사멸되는 세포가 증가하는데 노화된 세포가 청소되지 않으면 염증이 생겨 노화가 빨라진다는 연구가 적지 않다. 즉 염증이나 텔로미어 단축 가운데 무엇이 선행 요인인지 아직 모르지만 염증이 노화를 가속화하고 감염에도 취약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텔로미어 길이 단축이 수명과 직접적인 관련 있다고 단정해 헛된 희망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함으로써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은 과학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고 경고했다.
건강에 투자하거나, 좋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숙면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텔로미어 길이가 어떻게 다른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하버드대 노화 예방 전문가인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생활습관이 텔로미어 길이와 그에 따른 수명 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즉 좋은 생활습관은 질병을 잘 이겨낼 수 있는 면역 체계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에 꼭 텔로미어 길이와 상관없이 건강한 수명 연장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죽는 세포가 증가한다. 하지만 죽어야 할 노화 세포를 청소하지 않으면 염증이 생겨 노화가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즉 염증이나 텔로미어 단축 가운데 무엇이 선행 요인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염증이 노화를 빠르게 하고 감염에도 취약하게 하는 것은 확실하다.
또한 최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텔로미어 길이가 인체 부위별 조직에 따라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텔로미어 길이와 면역이 연결돼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이 노화와 수명 연장 관계뿐만 아니라 면역 약화로 생기는 노화 관련 질병과의 관계도 밝힐 수 있는 단서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텔로미어 손실을 줄이고 자가 면역력을 높여 건강한 노화의 길을 여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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