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아티스트 홈즈’...창작 혼 가득, 예술가의 집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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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아티스트 홈즈’...창작 혼 가득, 예술가의 집을 엿보다

입력
2020.09.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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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세계적 예술가의 보금자리 탐방

공간은 사람을 닮고, 사람 그 자체이기도 하며, 때론 한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아티스트의 집으로부터 배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 평생 ‘창작’과 가족이어야만 했던 유명 예술가의 집으로 시간여행을 떠나 본다.

멕시코시티의 프리다 칼로 박물관(Museo Frida Kahlo)...나도 아프다, 고통이 숨 쉰다.

26년간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안식처가 되어준 집. ⓒ강미승


박물관은 두 화가를 퍽 닮았고, 그들의 꿈을 이상적으로 표현했다. ⓒ강미승


가장 궁금했던 아티스트의 작업 공간. ⓒ강미승


작품에 집중할 때의 체취는 사라졌으나, 그 흔적은 반듯하게 정리돼 있다. ⓒ강미승


프리다의 침실 천장엔 큰 거울이 있다. 잠드는 순간까지 나 자신을 잊어버리기 싫다는 듯이. ⓒ강미승


프리다를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마지막 전시실. 평생 육체적 고통과 함께해야 했던 그녀의 내면으로 다가간다. ⓒ강미승


자기 표현의 일환으로 스타일조차 포기하지 못한 프리다. 부서진 신체를 잡아주는 특수 부츠와 코르셋이다. ⓒ강미승

희대의 연인인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그들이 품은 푸른 빛깔의 스토리텔링이 울려 퍼진다. 작품이 이어지는 갤러리와 삶을 재연한 집의 조화는 직언하자면 프리다 칼로의 해부실이다. 제아무리 프리다 칼로의 ‘덕후’라 해도 충격을 받는다. 왼쪽보다 높아야 했던 오른쪽 구두, 부서진 척추를 잡아줘야만 했던 코르셋 등의 오브제를 통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그녀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온몸을 전율하게 한다.

양날의 검처럼 그녀를 죽이기도 살리기도 했던 디에고는 이곳 파란 집(La Casa Azul)에서만큼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돌아오는 길, 이 배불뚝이 화가(디에고)에 대한 앙심이 더욱 커졌다.

암스테르담의 렘브란트 집 박물관(Museum Het Rembrandthuis)...빛과 어둠의 균형

내부 촬영은 금지다. 때론 이런 금기가 어떤 기억을 영원하게 만든다. 렘브란트를 지금도 추억하므로. ⓒ강미승


집이 곧 갤러리로 발전했을 때, 먼 시간대에 놓인 작가와 관람객의 친밀감은 대폭 높아진다. Museum Het Rembrandthuis, De Sijdelcaemer; The Rembrandt House Museum, The Anteroom ©KIRSTENVANSANTEN


‘아트룸’으로 명명된 이 공간은 그의 안식이 된 동물과 해양생물 등 자연적인 소재로도 채워져 있다. Museum Het Rembrandthuis, De kunstkamer; The Rembrandt House Museum,The Art Room. Photo credit Kees Hageman


이곳은 늘 살아있는 박물관이길 원한다. 방문자를 위해 렘브란트의 에칭 기법이나 페인트 준비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Museum Het Rembrandthuis, Etsdemonstratie; The Rembrandt House Museum, Etching demonstration ©KIRSTENVANSANTEN


아티스트의 집은 부엌과 같은 사적인 공간을 훔쳐볼 때 재미가 더해지는 법. 소박하고 정갈하다. Museum Het Rembrandthuis, Rembrandts keuken; The Rembrandt House Museum, Rembrandt's Kitchen ©KIRSTENVANSANTEN

잘 꾸며진 벽돌집 안, 공간마다 길게 뻗은 창이 있음에도 어둠을 의도적으로 가두고 있다. 작품 속의 빛을 도드라지게 하려는 의도일까. 익히 알려진 ‘야경’ 작품의 분위기에 근접하고자 함일까. 복도를 따라 가면 17세기 ‘빛의 화가’로 알려진 렘브란트를 재발견하게 된다. 색을 입히지 않은 인물 에칭화를 전시해 놓았다. 특정 인물을 눈앞에서 대면하는 듯한 표정과 행동이 선 하나하나에서 꿈틀거린다.

1639년 그의 삶이 꾸려진 이 집은 1911년부터 갤러리로 업그레이드됐다. 렘브란트를 추억하는 동시에 재창조한다. 그 시대의 에칭 기법과 색 만드는 기술 등을 수시로 선보이며 렘브란트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집엔 아픔의 역사도 흐른다. 집 대출금을 갚다가 쫄딱 망한 아티스트의 최후가 있었으니까.

베르겐의 트롤하우젠(Troldhaugen)...에드바르 그리그의 삶터이자 무덤

집으로 들어 가기 전, 그리그를 예습하는 박물관. 1843~1907년 그의 생애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강미승


‘저 푸른 바다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노랫가락이 절로 나온다. 그리그의 집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요정 ‘트롤’이 산다는 언덕에 단아하게 서 있다. ⓒ강미승


그리그는 날아갈 듯한 기분을 담은 피아노 연주곡(Wedding Day at Troldhaugen, Opus 65, No. 6.)에 이 집의 이름을 넣어 ‘영원’을 불어 넣었다. ⓒ강미승


빛이 뿌려지는 대각선 방향에 정확히 피아노가 놓여 있다. 의도일까, 그저 허황된 상상일까. ⓒ강미승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말, 확실히 일리 있다. 저 풍경을 보라. 없던 영감도 불러일으킨다. ⓒ강미승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와 아내이자 소프라노 가수인 니나 그리그의 삶과 죽음이 함께한 집. 집으로 들어가는 길엔 하늘이란 캔버스에 나무의 잔가지가 제멋대로 그림을 그린다. ‘솔베이지의 노래’와 함께 눈을 감고 몸을 맡긴다. 내부에는 잔 때가 묻은 피아노와 악보의 선율, 레이스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온 빛이 나무 바닥에 리듬을 그린다.

그리그의 집은 안보다 밖이 송두리째 마음을 빼앗는다. 이곳에 터를 잡은 그의 심성과 안목이 음악만큼 돋보인다. 죽어서도 간직하고 싶었던 피오르 해안, 그 해안과 맞닿은 하늘의 고요에 감복하지 않았을까. 여름 별장으로 사용했던 집과 더불어 박물관과 작업실, 그리고 부부의 묘가 함께 있다.

프랑크푸르트의 괴테의 집(Frankfurter Goethe-Haus)...그의 삶엔 클리셰가 없다

괴테의 집 보존 상태는 다른 예술가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하다. 자꾸 들여다보게 되고 체류 시간은 길어만 간다. ⓒ강미승

철제 장식의 계단은 집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들보 역할을 한다. 평범한 사람들에겐 일장춘몽의 설계다. ⓒ강미승


15세 때 첫사랑을 앓은 괴테, 그의 창작욕을 불태운 여인의 초상화. 여동생 코넬리아의 친구가 코넬리아의 방에 살고 있다. ⓒ강미승


2,000여권의 서적이 보관된, 괴테 아버지의 사비가 털린 서재. 그를 예술적인 멀티플레이어로 자라게 한 원동력이었다. ⓒ강미승


그의 활자가 낳은 건 ‘베르테르 효과’ 뿐이 아니다. 자꾸 뭔가를 끄적이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강미승


부호의 4층 집 외관. 내부의 화려함을 감쪽같이 숨기고 있다. ⓒ강미승

독일의 문학 수준을 단박에 세계적인 경지로 올려놓은 주인공, 괴테. 현대적인 거리에서 마주친 그의 집은 발을 들이는 순간 여행자의 시계바늘을 18~19세기 초로 황급히 돌려놓는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화려한 패턴 벽지가 수놓인 여러 개의 방을 통과한다. 빛바랜 편지와 고서, 으리으리한 앤티크 용품 등을 섭렵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만하다.

사실 그는 문학뿐 아니라 연극과 식물학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유복했던 집안의 배경을 직접 보고 나니, 문득 상투적 인식에 스멀스멀 의구심이 뒤범벅된다. 예술의 힘은 찢어질 듯 가난한 환경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그의 인생 드라마에 ‘클리셰’는 없었다.


강미승 여행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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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다와 탕탕의 지금은 여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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