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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나는 나이 드는 게 행복한 발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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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나는 나이 드는 게 행복한 발레리나”

입력
2020.09.22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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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김주원이 10월 22일부터 11월 8일까지 정동극장 25주년 기념 공연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을 무대에 올린다.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발레리나 김주원이 10월 22일부터 11월 8일까지 정동극장 25주년 기념 공연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을 무대에 올린다.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예술감독, 프로듀서, 기획자…. 최근 몇 년간 발레리나 김주원(43)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계속 늘었다. 현역 무용수이면서 발레 ‘마그리트와 아르망’(2013)과 ‘탱고 발레: 그녀의 시간’(2019)에선 예술감독까지 맡았다.

다음달 22일 개막하는 정동극장 25주년 기념 공연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도 그런 작품이다. 이번엔 원작자이자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이자 무용수다. 16일 정동극장에서 마주한 김주원은 “발레를 토대로 세계인이 공감하는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풀어낼 화두는 ‘인연’. 시공간을 뛰어넘어 만나고 헤어지는 두 존재의 이야기를 사군자에 빗대 풀어냈다. 무용수와 배우가 호흡을 맞추며 때론 배우가 춤을 추고 때론 무용수가 대사를 읊기도 한다. 김주원의 표현을 빌리면 “언어와 춤의 듀엣”이다. 여기에 음악과 홀로그램 영상을 덧입혔다. 연극도, 무용극도, 그렇다고 뮤지컬도 아닌, 굳이 말하자면 총체극에 가까운 공연이다. “저도 몇 년째 알맞은 단어를 찾지 못했어요.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공연은 원래 종합예술이니까요.”

김주원은 왜 ‘인연’을 이야기하는 걸까. “춤을 시작한 지 어느덧 30년, 프로 데뷔한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어요. 돌이켜보니 모든 게 인연이었더라고요. 발레와의 첫 만남도, 참여한 작품도, 스승과 동료들도요. 영원할 것 같았던 인연이 떠나고, 새로운 인연이 다가오기도 하죠. 그 인연들이 저를 성장하게 했어요.”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 컨셉트 이미지. 발레리나 김주원의 몸짓은 조각처럼 구조적이면서 동시에 수묵화 같은 여백미를 품고 있다. 정동극장 제공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 컨셉트 이미지. 발레리나 김주원의 몸짓은 조각처럼 구조적이면서 동시에 수묵화 같은 여백미를 품고 있다. 정동극장 제공


이번 공연도 인연의 결실이다. 김주원의 국립발레단 은퇴작 ‘포이즈’(2012)를 함께한 연출가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정구호가 예술감독을, 총체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2019)에서 만난 영화 ‘기생충’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음악을 맡았다. 여기에 연출가 박소영과 극작가 지이선, 영국 아크람 칸 컴퍼니의 현대무용가 김성훈, 배우 박해수와 윤나무가 합류했다.

2012년 국립발레단을 떠난 뒤 김주원은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다. 뮤지컬, 오페라, 연극에다 예능프로그램과 라디오 DJ까지. 15년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살면서 못했던 걸 다 했다. “그 시절엔 ‘머리에 태극기를 꽂고 있다’고 할 정도로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살았어요.” 국립발레단을 나오면서 그 마음을 내려놨다. 그래서 지금 그는 자유롭고 행복하다. “혈기왕성한 20대처럼 출 수는 없지만 마흔셋의 몸으로 만들어 낸 춤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이 드는 게 행복한 발레리나”라고도 했다.


김주원은 연극, 뮤지컬, 오페라,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발레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정동극장 제공

김주원은 연극, 뮤지컬, 오페라,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발레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정동극장 제공


김주원은 지금도 새벽 5, 6시에 눈 떠 곧바로 두세 시간 연습한다. 어딜 가든 먼저 챙기는 건 발레 매트다. 꾀부리고 싶은 날은 없었을까. “어휴, 왜 없겠어요. 그런데 하루라도 거르면 몸이 달라지는 게 바로 느껴져요. 한창 때처럼 감동을 주려면 연습량이 두세 배는 돼야 하거든요.”

그러면서 김주원은 “다시 태어나면 몸 안 쓰는 일을 하겠다”며 웃었다. 이 말은 “이번 생은 무용수로 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고 해요. 무대에서 내려올 때, 그리고 생을 마감할 때. 무대를 떠나는 그날,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말해주고 싶어요. 그동안 수고했다고.”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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