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픽업트럭 시장은 쌍용 렉스턴 스포츠와 확장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 칸의 등장으로 꽤나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쉐보레 역시 정통파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선보이며 시장의 가치를 대폭 끌어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시장에 새로운 픽업트럭이 데뷔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바로 지프 랭글러의 혈통을 이어 받은 ‘지프 글래디에이터’가 그 주인공이다. 앞선 두 차량에 비해 월등한 6,990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지만 ‘랭글러를 기반으로 한다’라는 점에서 시장에서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모습이다.
과연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데뷔한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는 어떤 매력과 가치를 전할 수 있을까?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은 간단히 표현해 지프 랭글러 리티미드 계열의 적재 공간을 제거하고, 여기에 오픈 타입의 데크를 적용한 ‘픽업트럭’이다. 차량의 체격에 있어서도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은 5,600mm의 전장을 갖췄고, 전폭과 전고는 각각 1,935mm와 1,850mm로 ‘랭글러’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제시한다.
이와 함께 픽업트럭 특유의 데크를 품으며 휠베이스가 3,490mm까지 늘어나 ‘길쭉한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체격 수치는 국내 시장에 데뷔한 쌍용 렉스턴 스포츸 칸, 그리고 쉐보레 콜로라도에 비해 조금 더 큰 체격이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의 공차중량은 2,305kg에 이른다.
랭글러의 DNA를 이어 받은 ‘글래디에이터’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의 디자인을 보고 있자면 말 그대로 기반이 되는 ‘베이스 모델’의 존재감을 보다 명확히 드러낸다. 지프 브랜드의 아이코닉 모델, 그리고 강력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제시하는 ‘지프 랭글러’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생존 능력을 갖고 있는 루비콘의 계보를 그대로 이어 받는다.
실제 지프 랭글러 특유의 정통파 오프로더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차량 구성을 갖고 있다. 최신의 랭글러가 제시하는 디자인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여기에 픽업트럭의 가치를 제시하는 길쭉한 ‘데크’의 존재감이 이목을 끌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의 전면 디자인은 베이스 모델인 랭글러 루비콘과 완전히 동일하다. 최신의 스타일로 다듬어진 세븐 슬롯 그릴과 LED 램프가 더해진 원형의 헤드라이트, 그리고 특유의 돌출된 펜더 및 LED 라이팅 등이 더해진다.
이와 함께 랭글러 루비콘의 강렬함을 제시하는 보닛 디테일을 더해 ‘강인한 감성’을 연출할 뿐 아니라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기대하게 만드는 바디킷이 더해져 랭글러 루비콘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살린다.
측면에서는 박스타입의 형태가 이목을 끈다. 직선으로 그려진 보닛과 루프 라인, 그리고 길쭉하게 이어지는 데크 라인이 더해져 ‘투박하지만 강인한’ 이미지를 제시한다. 이와 함께 네 바퀴에는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기대하게 만드는 17인치 휠과 BF 굳리치 타이어가 더해져 험로에서의 주행 성능을 높인다.
끝으로 후면 디자인에서는 전형적인 픽업트럭의 감성을 제시한다. 깔끔하고 직선의 디자인을 품고 있는 데크 게이트를 갖고 있으며, 깔끔하면서도 명료하게 다듬어진 지프 레터링을 더했다. 이외에도 스퀘어 타입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과 견인 고리를 포함한 강인한 스타일의 바디킷 등이 시각적인 매력을 높인다.
랭글러의 구성을 이어 받은 공간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의 실내 공간은 외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랭글러의 답습’을 이어간다.
실제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의 도어를 열고 실내 공간을 살펴보면 수직으로 서 있는 듯한 대시보드의 구성이나 공간 활용성을 높이는 센터페시아 및 아날로그 스타일의 패널 연출, 그리고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은 물론이고 각종 소재의 활용이나 기능 등에 있어서도 지프 랭글러 루비콘과 완전히 동일한 모습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최신의 랭글러 루비콘이 갖고 있는 이전 대비 더욱 세련된 구성과 컬러 패널 등을 감성적인 만족감과 지프 특유의 기계식 구동 시프트 레버 및 조작 패널 등 고유의 매력을 누릴 수 있으면서도 ‘차량이 가진 한계’ 즉, 사용성 및 거주성 등에서의 아쉬움 또한 공존하는 모습이다.
비슷한 예로 센터페시아에는 수 많은 버튼과 다이얼 등이 더해져 ‘기능의 만족감’을 높이지만 막상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제공하는 기능의 만족감이나 그 사용성의 쾌적은 아쉽게 느껴진다. 덧붙여 스티어링 휠의 위치 조절도 제한적인 ‘구조적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은 이전 세대보다 더욱 큰 체격, 그리고 넉넉한 휠베이스를 품은 랭글러 덕분에 더욱 만족스러운 공간을 제시한다.
실제 1열 시트에 몸을 맡기면 전형적인 서 있는 듯한 시트 포지션을 기반으로 만족스러운 헤드룸을 느끼게 한다. 다만 레그룸이 다소 좁게 느껴지며 시트 조절 역시 여전히 수동 방식이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2열 공간도 제 몫을 다한다. 이러한 특성은 기본 모델인 지프 랭글러 루비콘에서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의 2열 공간은 넉넉한 체격을 바탕으로 다섯 명의 탑승자가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다만 가격에 비해 ‘기능과 구성’이 단촐히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에 탑재된 데크는 여느 픽업트럭들과 같이 깔끔하면서도 강인한 내구성을 제공하는 마감을 더해 사용의 만족감을 높인다.
길쭉하게 마련된 데크는 1,005L의 적재 공간을 제공해 다양한 물품과 적재물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최대적재량이 200kg에 불과한 점은 앞서 등장한 픽업트럭은 물론 ‘랭글러의 명성’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펜타스타 엔진과의 재회
차량의 구성에 있어 랭글러 루비콘의 영향을 받은 만큼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의 파워트레인 역시 이러한 기조를 이어 받는다. 대신 국내에 데뷔한 신형 랭글러들이 2.0L 터보 엔진일 품은 것에 비해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은 ‘역사와 전통의 펜타스타 엔진’을 품은 것이 특징이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의 보닛 아래에 자리한 V6 3.6L 펜타스타 엔진은 6,400RPM에서 284마력을 제시하며 36.0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이와 함께 8단 자동 변속기, 그리고 지프의 ‘록-트랙 4WD’ 시스템 등을 더해 상황에 따른 최적의 움직임을 연출한다.
다만 공인 연비는 6.5km/L(도심 5.9km/L 고속 7.3km/L)로 아쉬움을 남긴다.
강인함을 느끼게 하는 픽업트럭,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과의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높은 시트포지션과 거대한 스티어링 휠, 그리고 단단히 다듬어진 요소 등으로 인해 ‘랭글러 루비콘’ 고유의 감성을 보다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실제 차량 실내 공간의 구성 및 디테일에 있어 ‘랭글러의 익숙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어서 시동을 걸면 펜타스타 엔진의 존재감이 이목을 끈다. 국내 시장에 판매 중인 랭글러 루비콘에 장착된 2.0L 터보 엔진에 비해 더욱 매끄럽고 정숙한, 그리고 진동 억제에 대한 뛰어난 매려글 제시하며 ‘V6 엔진의 가치’를 보다 확실히 제시한다.
기어 시프트 레버를 당기고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면 정숙성에 이은 펜타스타 엔진 특유의 여유롭고 시원스러운 가속이 전해진다.
워낙 체구가 크고, 또 무게도 2.3톤에 이르는 픽업트럭이 가진 절대적인 한계는 존재하겠지만 실제 주행 상황에서 느껴진 발진 가속은 물론이고 추월 가속, 고속 주행 전반에 걸쳐 이러한 감성을 느낄 수 있어 ‘차량을 위한 최적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엑셀러레이터 페달에 대한 엔진의 반응이나 고회전에서의 깔끔한 느낌은 충분히 매력 포인트로 어필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물론 최신의 엔진이 아닌, 이전부터 이어진 엔진인 만큼 비슷한 규격의 쉐보레 콜로라도에 비하면 성능 및 질감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나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8단 자동 변속기는 평이하다. 순간적인 엑설레러이터 페달 조작에 대한 판단이 반 템포 정도 늦은 느낌이 있지만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 대다수의 운전 환경에서 능숙하고 편안한 주행을 이끈다. 덕분에 주행을 시작한 이후로 변속에 대해 딱히 고민을 하거나, 의식하는 일 없이 마지막까지 주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차량의 움직임은 크게 세가지 느낌이다. 첫 번째는 가볍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견고하다는 점, 그리고 세 번째는 투박하다는 점이다. 먼저 가볍다는 느낌은 차를 다룸에 있어 가장 먼저 도드라지는 부분이다.
실제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이 5,600mm에 이르는 긴 전장과 육중한 체격 등으로 인해 일상에서의 불편함을 자아낼 것 같지만 막상 스티어링 휠을 쥐고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을 이끌어 보면 이러한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된다. 실제 조향에 맞춰 경쾌하고 가볍게 움직이는 글래디에이터를 보고 있자면 ‘기술의 연출’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견고함이 드러난다. 랭글러 자체가 워낙 뛰어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일상 속에서도 차체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차량에 대한 신뢰도는 물론이고 주행에 대한 자신감 또한 이어지며 ‘주행 가치에 대한 만족감을 한껏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한다. 전륜과 후륜에 모두 5-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해 주행 전반의 가치를 높이려는 의지가 담겨 있긴 하지만 물리적인 ‘무게’의 절대적 장벽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과 주행을 할 때에는 가벼운 셋업을 바탕으로 그 무게를 느끼지 못한다. 그라나 급작스러운 제동 상황이나 내리막 구간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보다 확실히 느껴지며 운전자에게 부담과 위화감은 물론, 차량 무게의 존재감을 대번에 드러낸다.
게다가 네 바퀴에 장착된 BF 굳리치 타이어의 경우 깔끔히 포장된 온로드 타이어가 아닌 오프로드 주행 등을 고려한 타이어라 일상적인 주행에서 발생하는 충격이나 자잘한 진동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해 주행 상황에서의 승차감이나 거주성은 내심 아쉽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물론 이번의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의 시승을 오로지 험로에서 했다면 ‘매력적인 존재’라 표현하기에 아까움이 없겠으나 일반적인, 즉 포장된 도로 위에서는 차량이 가진 매력을 100% 느낄 수 없는 건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좋은점: 거대한 체격에서 오는 만족감, 랭글러의 강인한 아이덴티티 그리고 V6의 심장
아쉬운점: 투박함이 느껴지는 드라이빙과 공간의 연출
새로운 가치에 대한 제시,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은 지프 랭글러르는 걸출한 기반 위에 세워진 또 하나의 파생 모델이다. 정통 픽업트럭은 아닐지 몰라도 정통 오프로더에서 파생된 존재인 만큼 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주행 과정에서 느꼈던 아쉬움, 한계는 분명 존재하겠지만 지금까지의 랭글러가 성공했던 것처럼, 그리고 사전 계약의 좋은 반응처럼 앞으로도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은 자신만의 성공가도를 걸어갈 준비를 끝낸 것 같았다.
촬영협조: 지프 코리아(FCA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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