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쟁점 많아, 당 입장 정리하는 중"
“전반적으로 공정거래법ㆍ상법은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한 마디에 재계는 물론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ㆍ여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ㆍ상법ㆍ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에 그간 비교적 친기업적이란 평가를 받아온 보수야당 대표가 협조할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 활동 위축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로 재계는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여전히 반대가 거세, 통과까지는 치열한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된 공정경제 3법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됐다. 전반적으로 기업 활동에 대한 제약을 강화하는 내용이라 ‘기업규제 3법’으로도 불린다.
3법 가운데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대주주 3% 의결권 제한 등을 담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子) 회사 이사를 상대로 모(母) 회사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분리선출제는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1명 이상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또 대주주가 3% 이상의 지분을 가졌어도 의결권은 3%로 제한해 대주주 영향력을 줄이고자 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등이 골자다. 원안대로 가격담합ㆍ공급제한ㆍ시장분할ㆍ입찰담합 등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고발이 없더라도 검찰이 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금융그룹감독법은 금융지주가 아니면서도 금융 계열사를 갖고 있는 복합금융그룹에 대해 금융전문회사에 준하는 감독을 하도록 규정했다.
재계는 앞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등이 해외 투기자본의 기업 경영 간섭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와 법사위 등에 재고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결권을 3%까지만 행사하도록 제한한 것도 결과적으로 지배주주가 아닌 주주의 감사위원 선출권을 강화시키게 돼 기업들의 반대가 상당하다. 다중대표소송제도 소송남발을 불러 기업 경영권을 침해할 것이란 비판이 있다.
이처럼 세부 내용을 보면 기업활동 감시를 넘어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국민의힘은 그간 '공정경제 3법'에 신중론을 펴왔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주장해 온 김 위원장이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뜻을 공개적으로 내비치면서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반발 조짐이 감지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8일 “일자리 창출과 세금납부 등 황금알을 낳아 주는 기업들의 일탈을 막기 위해 기술적 규제조항으로 통제하려다가 거위를 죽일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도 전날 “배임죄의 경우 손실을 끼친 경우만이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경우까지 처벌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넓게 적용되고 있다. 이렇게 국가의 자의적 권력이 강한 가운데 다중대표 소송제도가 도입되면 어떻게 되겠나라며 “고소ㆍ고발 가능성은 더 커지고, 기업은 국가권력의 눈치를 더 보게 된다”라고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술렁이는 분위기를 의식한 듯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쟁점 사항이 워낙 여러 가지가 있고 쟁점 하나하나가 우리 기업과 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정무위나 당 정책위를 중심으로 전문가 의견을 듣고 있고 당 입장을 정리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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