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적 대외관계 프레임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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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적 대외관계 프레임은 금물

입력
2020.09.20 16:00
수정
2020.09.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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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천
오연천울산대 총장

민간인 피해 거론 않는 베트남의 외교역량
DJ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반면교사
정치권이 미래지향적 '의식의 격상' 선도


©게티이미지뱅크


국제정치에서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국가 간 경쟁에서 자국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일은 그야말로 치열하고, 복합적일 뿐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수가 상존하기에 국가 간 관계가 영속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표면상으로 평화와 공동번영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자국 이기주의'로부터 자유로운 국가는 찾기 어렵고 국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치욕과 좌절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냉철히 인식해야 한다.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와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견고한 국민적 지지 기반 위에 물샐틈없는 치밀한 포지션의 정립을 통해 대외정책이 수립되면서 남다른 전방위적 대외역량 증대 노력이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 90년대 말 외환위기의 발생과 극복, 2016년 사드 배치 과정에서 겪은 국가 안보와 국민경제의 혼미 사태는 원숙한 대외관계가 국가이익 방어에 불가피한 조건임을 말해 주는 사례이다.

국가 간 관계에서 신중하고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며 신뢰를 축적하고 때로는 내면적으로 노회한(?) 수준의 상호이익을 도출해야 할 때가 많다. 이럴 때, 국내 정치권이 주변국과의 관계 정립에 이분법적 프레임을 통해 여론을 주도하고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고 시도한다면 본말이 전도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스스로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반일 정서를 부추기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행태는 정치적 동기의 순수성을 불문하고 절제되어야 한다.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목표의 우선순위 배합에 따라 신중히 접근해야 할 사안이 소위,친중·반중,친미·반미 등 감성적 단순 구도 속에서 국내정치의 종속변수로 유도되는 것은 국가이익을 표류하게 할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네덜란드가 인구,면적,국제정치 위상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인접국 독일,프랑스,영국과의 관계에 있어 다양성의 극대화와 치밀한 등거리 외교를 일관되게 구사하고 있음은 1,700만 인구의 네덜란드가 세계 5위 교역국가의 위상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차례 전쟁에서 독일군에 짓밟혔던 참혹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정치권이 반(反)독일 이슈를 제기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베트남 정부가 우리의 월남참전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거론조차 하지 않고 미래지향적 협력에 매진,국익극대화를 추구하는 외교역량을 발휘하고 있음은 한국전자산업이 주종을 이루는 전자제품이 베트남 수출 1위 항목으로 부상하게 만들고 박항서를 베트남 국민감독으로 탄생시킨 밑거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국내의 반발여론에도 불구하고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채택하여 일본의 대중문화를 개방한 조치는 일본 내 케이컬처(K-Culture)의 씨앗이 되었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국민 개개인이 해당 국가에 대해 호(好)ㆍ불호(不好)의 정서를 가질 수 있다. 상당수 국민들이 일제강점기의 직ㆍ간접 피해자일 수밖에 없고, 6ㆍ25전쟁을 거치면서 중공군은 물론이고 심지어 UN군으로부터의 상처도 잔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익 수호의 책무를 안고 있는 국민대표자들은 상당수 국민의 뼈아픈 정서를 기억하되, 이를 뛰어넘어 미래지향적 국가이익의 차원에서 '입장'과 '정책'을 격상시키는 '의식의 진화'를 실천하는 용기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우리 정치권이 주변국을 둘러싼 친(親)ㆍ반(反)논쟁에서 벗어날수록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우리의 좌표를 뚜렷이 세우고 자강(自强)에 더 다가설 수 있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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