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손질 쉽고 음식쓰레기 부담 적어 인기?
코로나19 이후 매출 상승ㆍ품목 확대
기업 입장에선 운영 효율성 떨어지지만?
수요 증가에 업체별 경쟁력 강화 잇따라
"'코로나 특수' 이후 시장 재편될 것"

소비자들이 밀키트로 만든 음식을 맛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횟수가 늘면서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밀키트 제품 수요가 늘었다. GS리테일 제공
경기 성남시에서 7살 아이를 키우는 40대 워킹맘 정미진씨는 최근 주말 식탁을 차릴 때 ‘밀키트’를 애용한다. 외식하기 꺼려지는 요즘 집에서 간편하게 평소와 다른 요리로 주말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안성맞춤이다. 정씨는 “가령 월남쌈을 해먹으려면 재료 손질하다 시간 다 가는데, 밀키트를 이용하면 손질도 간단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든다”며 “다 조리돼 있는 간편식보다 푸짐한 느낌이 들어 매주 한번씩은 주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밀키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밀키트는 손질된 식재료와 분량에 딱 맞는 양념을 세트로 구성한 제품이다.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과 달리 재료와 양념을 섞고 가열해야 하는 등 조리에 손이 가지만, 메뉴가 더 다양한 데다 재료를 추가하며 변화도 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재료 구입부터 양념 제조까지 책임져야 하는 부담은 싫은데 요리하는 즐거움은 놓치고 싶지 않은 ‘집콕족’들이 밀키트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대다수 밀키트 브랜드가 매출이 오르거나 품목이 확대됐다.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쿡킷’은 판매량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월 평균 20%씩 성장했다. 특히 7, 8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로 뛰었다. 한국야쿠르트의 ‘잇츠온’ 밀키트 역시 올 상반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의 27%나 상승했다. GS리테일의 ‘심플리쿡’ 밀키트는 지난달 말 기준 상품 종류가 작년 1월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국내 업체별 밀키트 브랜드.
밀키트 시장이 확대된 데는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집에 머물러야 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끼니를 해결할 때 경제적이고 간편하면서도 잘 차려진 식사를 원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이 올 1월 발표한 ‘2019년 식품산업 시장 및 소비자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밀키트 브랜드 10개의 제품 평균 가격대는 1만4,200원, 분량은 2인분, 식재료는 9,4개, 조리 시간과 필요한 도구는 각각 15분, 2.2개였다. 1만4,000여원이면 15분만에 설거지거리도 음식물 쓰레기도 거의 없는 그럴 듯한 요리를 뚝딱 차릴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에겐 장점이 많지만 기업 입장에서 밀키트는 비효율적인 제품이다. 신선도가 생명인 식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한꺼번에 대량 만들어놓을 수 없고, 소비자 입맛이나 선호도를 예측하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제품 가격은 식재료 자체나 간편식보다 비싸지만 그만큼 생산비가 더 들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도 실패 위험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자 마인드로 보면 일반 가공식품보다 운영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지만, 코로나19로 주목도가 높아진 데다 소비자들 수요가 세분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밀키트에 힘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의 밀키트 브랜드 ‘쿡킷’ 제품.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밥 수요가 늘면서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밀키트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한국야쿠르트 밀키트 브랜드 ‘잇츠온’으로 만든 양고기 스테이크. 밀키트 제품이 늘면서 메뉴 차별화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GS리테일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의 삼선쟁반짬뽕 제품에 들어 있는 재료들. GS리테일 제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를 200억원대로 추산했고, 2024년엔 7,000억원대로 커질 거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제품이 빠르게 늘면서 한식 밀키트는 이미 포화 상태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제 얼마나 색다르고 다양한 메뉴를 내놓느냐가 경쟁력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야쿠르트는 양고기와 소곱창처럼 취급이 어려운 재료를 이용한 밀키트를 연이어 출시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여러 가지 메뉴 ‘풀’을 구축하고 소비자 반응에 맞춰 출시와 중단을 결정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GS리테일은 호텔 셰프 출신 직원들을 고용해 트렌드에 맞는 메뉴를 연구 중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최근 저가 제품이 줄어들고 밀키트의 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며 “’코로나 특수’가 지나가면 특색이나 강점을 갖춘 제품 중심으로 밀키트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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