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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을 닮아가는 온라인 쇼핑

입력
2020.09.18 13:04
수정
2020.09.18 17: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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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영
전미영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편집자주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돈을 쓸까? 우리나라 소비시장에서 발견되는 주요 트렌드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향후 기업과 시장에 가져올 변화 방향을 예측해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비하는 행태가 많이 변했다. 대표적인 변화가 ‘비대면 구매’의 확산이다. 휴지 하나를 사도 꼭 새벽배송을 이용한다. 매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당연했던 패션 의류도 사이즈별로 배송받아 입어보고 그 즉시 반품한다. 신선도가 중요한 생물 생선도 택배로 구매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줄 서서 먹어야 했던 유명 셰프의 요리도 앱으로 주문하면 언제든 손쉽게 받아볼 수 있다. 비대면 구매가 일상화되면서 온라인 쇼핑이 점차 오프라인 쇼핑을 닮아간다.

우선 온라인 구매가 ‘발견형 쇼핑’으로 진화한다. 원래 온라인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구매할 제품을 미리 정해두고 보물찾기 하듯 최저가를 찾아 나서는 일종의 목적형 쇼핑 장소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구매하는 발견형 쇼핑이 부상한다. 마치 백화점을 백 바퀴 정도 돌다가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하면 ‘심봤다’를 외치며 구매하는 것과 유사하다.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한 후에 경험하는 ‘즐거움’도 오프라인에 비견될 정도로 강화되고 있다. 구매한 물건을 직원이 정성스레 포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오프라인 쇼핑의 묘미다. 쇼핑백을 이리저리 흔들며 돌아다니는 경험도 구매 후 만족감에 영향을 준다. 온라인 구매에서도 이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포장을 뜯는 ‘언박싱’의 순간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중국의 어느 패션 쇼핑몰은 포장을 풀면 랜덤으로 다양한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택배박스 안에 시그니처 향을 담는다. 삼성전자는 고양이집, 탁상선반 등을 만들 수 있는 도면을 TV포장박스에 프린팅했다.

오프라인처럼 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비대면 쇼핑도 등장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고객이 배송받은 옷을 입어볼 수 있는 '홈 피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95사이즈 티셔츠를 주문하면 90·100사이즈 제품이 함께 배송되어 사이즈를 비교해볼 수 있다. 더한섬닷컴도 의류를 3개 이상 주문하면 직원이 차를 몰고 와서 다양한 사이즈의 제품을 직접 보여주는 '앳홈' 서비스를 운영한다. 오프라인 피팅룸을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이다.

사람과 직접 대면했을 때 느끼는 ‘정(情)’도 비대면으로 구현된다. 음식 배달업에서는 신속한 배송 이외의 요소로 고객 감동을 실천한다. 국내 한 초밥전문점은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정성이 담긴 손편지를 함께 전달한다. 막대사탕, 젤리 등 깜짝 선물을 감사인사가 적힌 포스트잇과 함께 배달하는 치킨집도 있다. 소비자가 남긴 배달앱 후기에 위트 있는 댓글을 달며 마치 고객과 홀에서 대화하듯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식당 사장님도 인기다.

오프라인 시장이 온라인으로 이전하는 현상은 사실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주목할 변화는 그 동안 오프라인 구매만을 고집하던 고령자 집단까지도 코로나19 발발로 인해 온라인 시장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비대면 구매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위협이 사라진 이후에도 여전히 온라인 시장에 잔존할 가능성이 크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비대면 유통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판매할지가 아닌 '어떻게' 판매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오프라인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옮겨올 때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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