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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는 삼성, 도망가는 TSMC…파운드리 최종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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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는 삼성, 도망가는 TSMC…파운드리 최종 승자는?

입력
2020.09.20 08:40
수정
2020.09.21 08:25
0 0

파운드리 공급 부족에 양사 경쟁 치열
삼성, 잇단 고객사 확보로 청신호
TSMC, 화웨이 잃고도 사상 최대 월매출
고심 깊은 삼성..."기술 초격차 필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삼성전자 제공.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삼성전자 제공.


최근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이 공급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순조롭게 고객사를 확대하며 TSMC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TSMC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며 압도적인 1위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지형은 TSMC가 53%(2분기 매출 기준)로 절반 이상을 독식하고, 삼성전자(19%),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8%), 대만 UMC(8%), 중국 SMIC(5%) 등이 그 뒤를 쫓고 있다.

이런 파운드리 시장에 최근 ‘공급 부족’ 이슈가 부상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큰 손'인 애플이 인텔과 결별을 선언하고, 연말부터 데스크톱ㆍ노트북 등에 자체 설계한 시스템온칩(SoC) ‘애플 실리콘’을 탑재하기로 했다. 또 인텔이 7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 중앙처리장치(CPU) 개발 차질로 자체 생산을 포기하고 외부 파운드리 이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 공급 부족론을 촉발했다.

엔비디아ㆍ퀄컴ㆍAMD 등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7나노 이하 고성능 반도체 탑재 비율을 높이고 있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반면 현재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밖에 없다 보니 생산라인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공급 부족 현상 속에 삼성전자는 최근 잇단 고객사 확보로 파운드리 부문 실적 개선에 청신호를 켰다. 엔비디아는 최근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 30’을 삼성전자의 8나노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한다고 밝혔다. 그 동안 TSMC에 물량을 맡겨왔는데, 이번에는 삼성전자를 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에도 IBM의 차세대 서버용 CPU인 ‘파워10’ 수주에도 성공한 바 있다. 앞서 2월에는 퀄컴의 차세대 5G 모뎀 칩 ‘X60’ 생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퀄컴의 5G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75(가칭)’ 수주 계약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 AFP연합뉴스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 AFP연합뉴스


하지만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 기업인 반면 TSMC는 파운드리 사업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 태생부터 다르다. TSMC가 파운드리만 전문으로 한다는 점은 고객사에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팹리스 업체 입장에서는 종합 반도체 기업에 위탁 생산을 맡기며 기술력을 공개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탓에 업계에선 TSMC가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TSMC 53.9%, 삼성전자 17.4%로, 2분기보다 3%포인트 가량 더 벌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특히 TSMC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며, 8월 들어 사상 최대 월 매출 기록을 세웠다. 화웨이는 TSMC 매출의 14% 가량 차지하는 2위 고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TSMC의 8월 매출은 1,220억대만달러(약 4조9,5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지난 7월보다는 15.8%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TSMC는 초미세 공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키워가겠다는 전략이다. TSMC는 최근 2나노 반도체 공정 개발과 생산을 공식화했다. 본사가 위치한 대만 신주 인근 신주과학원구에 약 20조 원을 투자해 신규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TSMC가 화웨이 없이도 성장세를 지속하자, 파운드리 업계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가 TSMC를 바짝 추격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와 기술 초격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꾸준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TSMC가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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