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연말까지 보증상품 수수료를 최대 80%까지 감면하기로 했습니다. 7월부터 두 달 동안 지원한 할인액만 총 652억원에 이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세입자의 걱정을 덜어주는 공공기관이다. ‘깡통전세(전세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주택)'가 속출하던 2013년 처음 선보인 전세보증금반환 상품 가입 규모는 지난해 31조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전체 전세보증금(약 600조원 추정)의 20분의 1 규모다.
이재광(58)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은 20일 한국일보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작년 역대 최대(175조원)를 기록한 전체 상품 보증실적에도 전세반환보증이 61% 급성장한 영향이 컸다”며 “올해도 8월말까지 23조원, 총 11만2,495 가구가 전세보증 상품에 가입했다"고 강조했다.
전세 2억 세입자 보증료 53만→10만원
HUG는 지난 6월 말 ‘서민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공공성 강화방안’을 발표해 주목 받았다. 연말까지 주요 상품 보증료를 대폭 할인해주기로 해서다. 가령 전세금 2억원 아파트 세입자가 2년 간 내는 전세보증료는 53만원에 10만원으로 줄었다.
이재광 사장은 “7, 8월 두 달 할인 금액이 △전세보증 상품 187억원 △주택분양보증 446억원"이라며 "개인채무자 868명의 지연배상금 4억7,400만원을 감면하고 임차인을 위해 28건의 임차권 등기도 대행했다"고 설명했다.
"대위변제 급증? 비중 0.52% 불과"
전세보증 가입 급증에 따라 HUG가 대위변제(보증금을 대신 지급)하는 금액도 덩달아 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전세금 보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오히려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세보증 대위변제 금액은 올해 1∼8월 3,015억원으로, 작년 한 해 총액인 2,836억원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이 사장은 “전체 보증잔액 대비 대위변제 금액은 0.52%로 낮은 수준이고 사고 사유도 신규 임차인 확보를 못해서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대위변제 후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회수한 비율도 8월 말 기준 81%에 달한다"고 밝혔다.
다만 "다주택자의 채무 사고가 늘고 있는 부분은 집중관리 대상으로 삼아 상환 유예 없이 즉시 강제집행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증금 반환 15일 내 이뤄지게 할 것"
이 사장은 모바일 서비스 확대로 전세보증 접근성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11월 카카오페이를 통한 모바일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지난달 말까지 1조1,382억원의 실적을 거뒀다"며 "올 3분기에는 다세대주택도 보증 신청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증사고 후 보험금 지급까지 한달 정도 걸렸는데, 앞으로는 15일 이내로 시간을 대폭 단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UG가 아파트 분양보증을 매개로 고분양가 규제를 하는 것에 대해선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비 부담을 완화해 서민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정책"이라며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사장은 "고분양가 심사는 분양보증심사의 일부로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수행하는 주택시장 안정화에 중요한 정책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분양보증, 공공기관이 전담해야"
주택건설업계에서는 HUG가 독점하는 주택 분양보증 시장에 경쟁 체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그는 "분양보증은 건설사 부도 등으로부터 계약자의 재산을 보호하는 중요한 사회 안전망"이라며 "법률로 의무화된 정책보증인 만큼 공공기관이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분양보증은 불황기에 대규모 사고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민간기업은 불황을 핑계로 보증을 중단해도 강제할 수 없다"며 "민간 보증기관이 대기업 위주로 영업하면 중소건설사의 보증 위축이나 보증료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장은 최근 역점 사업으로 도시재생 지원을 꼽았다. "지난해 5,404억원에 이어, 올해는 8월 말까지 4,724억원 예산을 집행했다"며 "15년 간 방치돼 있던 충북 청주의 연초제조창이 주택도시기금 254억원을 금융 지원해 공예클러스트 등을 갖춘 문화제조창으로 탈바꿈한 것이 대표적 사업"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직원 250여명 늘어... 일자리 창출 기여 보람"
임기 중 보람을 느낀 성과에 대해선 주택도시기금법에 손실보전 조항을 마련해 금융기관 대출이 중단될 위기를 넘긴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사장은 "2019년 1월부터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의 '거액 익스포저(리스크 노출금액)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은행의 당시 HUG 보증부 대출금액이 63조원에 달해 은행대출 업무가 중단될 수 있었다"며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주택도시기금법에 정부가 손실보전을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해 2018년 8월에 법안 공포까지 완료했다"고 전했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것도 성과로 언급했다. 그는 "2018년에 창립 이래 최대규모이자 당시 직원의 30% 규모인 166명을 채용해 직원 수가 취임 전 611명에서 854명으로 늘었다"며 "올해도 도시재생 자산관리회사(AMC) 등 HUG 역할이 확대돼 57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광 주택도시공사 사장은 누구?
이재광 HUG 사장은 2001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본부장대행을 맡는 등 국내외 금융투자회사를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다. 공사 출범 이후 금융계 출신 첫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그 동안 HUG 사장은 국토교통부 관료나 건설사 대표가 주로 맡아왔다.
1962년 광주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투자자문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 다이와SBCM증권, 한일투자신탁운용, KDB자산운용,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외 증권사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2013년부터 컨설팅서비스업체 이에스지모네타 대표를 역임하다 2018년 3월 임기 3년의 HUG 대표에 취임했다.
이 사장은 HUG가 출범한 후 두 번째 사장이다. HUG는 1993년 주택사업공제조합으로 최초 설립돼 1999년 대한주택보증으로 전환한 뒤 2015년 7월 '주택도시기금법' 시행과 함께 주택도시기금 전담운용기관으로 지정돼 사명이 주택도시보증공사로 변경됐다. 본사는 부산 문현금융단지에 있으며 전담 운용 중인 주택도시기금의 자산은 182조원, 보증잔액은 436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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