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계승 서열 1위 엘리자베스 공주
자원 입대한 왕립 육군사관학교에서
훈련ㆍ배식ㆍ청소... 160명 동기생들과 똑같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인형 같은 미소를 짓는 공주는 잊어라. 지난달 말 벨기에 왕립육군사관학교에 자원 입대한 벨기에 왕위 계승 서열 1위 엘리자베스 공주 이야기다. 엘리자베스 공주의 입대는 40여년 전 이 학교에서 군사교육을 받은 아버지 필리프 국왕 등 벨기에 왕실의 전통을 그대로 따른 결정이다. 벨기에 국왕은 즉위와 동시에 육군 총사령관 칭호를 얻는다.
구두 대신 군화, 드레스 대신 군복을 입은 18세 공주는 160여명의 동기 생도들과 함께 총을 들고 진흙투성이 위를 기고, 달리고, 완전군장을 한 채 행군을 하고 있다. 식사 배급이나 청소 등 사관학교 내 생활에서도 엄격한 규율과 '공정'이 있을 뿐, '공주 대접'은 일절 없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사회의 특권층이면서도 특혜보다 엄격한 도덕적 의무를 지고 솔선수범하는 벨기에 공주의 모습에 절로 눈길이 가는 이유다.
엘리자베스 공주는 공동 기숙사 대신 개별방을 배치 받고, 지정석에서 강의를 듣고 있지만, 이는 '특혜'가 아니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방역지침일 뿐이다. 다른 생도들도 엘리자베스 공주와 동일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자베스 공주는 사회ㆍ군사학 과정을 수료하는 1년 과정 중 현재 4주간의 군사입문 단계를 거치고 있다. 각종 체력 훈련과 더불어 독도법과 사격술 등을 배운 뒤 1단계 훈련이 끝나는 다음주 동료들과 함께 파란색 모자를 받는다.
벨기에 왕립육군사관학교는 육군ㆍ공군ㆍ해군 및 의료 부문에서 정예의 장교를 양성한다. 수학ㆍ프랑스어ㆍ네널란드어 필기 시험과 신체검사, 심리평가, 기본 군사시험 등을 통과해야 하는 등 입학 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입학을 하더라도 훈련이 매우 힘들어 해마다 많은 생도가 자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자베스 공주는 왕립육군사관학교 입학 전 영국 웨일스의 UWC 애틀란틱 칼리지(United World College of the Atlantic)에서 기숙생활을 하며 학업을 이어 오다 지난 3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브뤼셀로 돌아왔다.
벨기에는 아들에게만 왕위를 물려주는 장자상속 우선 원칙을 폐지한 1991년부터 첫째 자녀의 경우 성별에 관련없이 왕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엘리자베스 공주가 왕위에 오른다면 벨기에 최초의 여왕이자 여성 육군 총사령관 칭호를 받는다. 벨기에 외에 영국(2013)과 스웨덴(1979), 네덜란드(1983), 노르웨이(1990)도 왕위계승에서 남녀차별을 없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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