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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초한 인천공항 사장의 인사 불복 사태

입력
2020.09.18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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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인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정부의 사장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뉴스1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인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정부의 사장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뉴스1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정부의 문책 해임 시도가 인사 파동으로 비화했다. 발단은 국토교통부가 최근 구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상정하도록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국토부는 “구 사장에 대한 감사 결과 법규위반이 있어 해임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구 사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달 초 국토부 측이 자진사퇴를 요구했으나 거부했다”고 폭로했다.

국토부 주변에 알려진 해임 추진 사유는 법인카드 부당 사용과 공사 직원에 대한 인사갑질 등이다. 하지만 국토부 항공정책실 실장까지 역임한 구 사장이 ‘친정’인 국토부에 초유의 인사 반기를 든 배경은 ‘인국공 사태’의 희생양 만들기 차원에 대한 반감 때문으로 보인다. 인국공 사태는 인천공항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과정에서 공사노조와 취업준비생 등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사건이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었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 직접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이래, 인천공항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시범무대가 됐다. 지난해 4월 취임한 구 사장도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적극 나섰다. 지난 6월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 1,902명 등의 직고용 정규직화를 추진한 것도 정부 방침을 충직하게 따른 것이기 때문에, 구 사장으로서는 ‘독박’을 쓰기 싫다는 얘기다.

구 사장 인사 파동은 공공기관장 인사를 밀실에서 운영해 온 정부의 오랜 관행이 빚은 질 낮은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다. 국토부의 어설픈 일처리와 구 사장의 안쓰러운 행태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은, 정부의 공공 고용확대 정책이 경영 여건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상명하달식으로 강행돼 해당 기관장조차 실패 책임을 회피하는 ‘모럴 해저드’를 야기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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