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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순 주교 46년만의 재심서 '긴급조치 위반'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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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순 주교 46년만의 재심서 '긴급조치 위반' 무죄

입력
2020.09.17 17:24
수정
2020.09.17 17:35
0 0

내란선동죄 등은 "실체 판단 불가" 감형만
민청학련 배후로 지목돼 징역 15년 받아

고(故) 지학순 주교.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故) 지학순 주교.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신정권 반대운동을 하다가 옥고를 치른 고(故) 지학순(1921~1993) 주교가 사건 46년, 사후 27년만에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뒤늦게 명예를 회복했다.

지 주교 재심 사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허선아)는 17일 지 주교의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다른 혐의는 인정해 전체 형량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결론 내렸다. 1974년 당시 기소된 사건에서 지 주교는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대통령 긴급조치 1ㆍ2ㆍ4호는 발동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현행 헌법에 비춰보더라도 위헌으로 무효이기 때문에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1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 1호를 위헌으로 판단한데 이어, 2호와 4호도 위헌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내란 선동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지금 다시 실체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유죄 판단하는 대신 집행유예형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내란선동죄의 경우 국가의 존립에 큰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특수공무집행방해죄도 폭행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유신정권 당시 지 주교는 김지하 시인 등이 참여하는 등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이 헌법개정운동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고 활동자금을 지원한 혐의(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및 내란선동죄)를 받았다. 또한 주거제한 명령을 위반해 밖으로 나가려다가 이를 제지하던 공무원을 밀친(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도 받았다.

지 주교는 당시 민청학련의 배후로 지목돼, 1974년 7월 6일 해외 방문 후 귀국하던 중 김포공항에서 중앙정보부로 연행됐다. 닷새 뒤 풀려났지만 같은달 23일 “유신헌법은 무효”라는 ‘양심 선언문’을 발표하는 바람에 다시 중정으로 끌려갔다. 지 주교는 그해 8월 12일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으며 법정구속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후 전국 가톨릭 사제와 신도들을 중심으로 구명운동이 거세게 일어났고 지 주교는 이듬해 2월 17일 석방됐다. 당시 사제들의 구명운동은 정의구현사제단의 모태가 되었다. 지 주교는 이후에도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 힘을 쏟다가 1993년 사망했다.

지 주교의 법적 구명이 시작된 것은 2018년이다. "긴급조치는 위헌"이라는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검찰이 재심을 청구하면서부터다.

윤주영 기자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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