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가 정쟁에 휘말렸다.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이란 이 보고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발행하는 ‘서울사랑상품권’ ‘경기지역화폐’ 등이 전국 차원에서 보면 소비촉진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피해가 큰 영세상인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올해 9조원까지 확대한 지역화폐를 내년 15조원으로 더 늘리기로 한 정부 정책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조세연은 주장의 근거로 지역화폐가 지역 경제를 부양하거나 고용을 창출했다는 효과가 객관적 수치로 확인되지 않았고, 인접지역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온누리상품권 같은 전국 단위 상품권과도 중복될 뿐 아니라 발행 부대비용이 액면가의 2%에 달하는 것도 부정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회람됐을 이 보고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 비판하면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이 지사 비판 요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8년까지의 데이터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현 정부 핵심 정책인 지역화폐를 부인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 정부 경제 정책에 비판적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이 지사가 더 큰 권력을 쥐면 분서갱유가 생길 듯”이라며 논쟁에 참여했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지역화폐 효자 맞다, 내년 15조원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이 지사 편에 서 논쟁이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거액의 혈세가 투입될 사업에 대한 논쟁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과 지방자치단체 재보궐선거를 앞둔 시기여서 정치권의 개입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표심을 의식한 지자체들이 지역화폐를 과도하게 발행하는 것은 물론 제어해야 한다. 동시에 지역균형 발전과 위기에 몰린 소상공인 영세상인들을 고려하면, 지역화폐 확대 필요성을 부인하기 힘들다. 나라 곳간을 책임진 기획재정부가 오직 경제적 관점에서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 결론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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