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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기소의견 '논란'… "내부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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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기소의견 '논란'… "내부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입력
2020.09.17 16:46
수정
2020.09.17 17:53
0 0

지하차도 참사 포괄 책임엔 공감
재난대응 소홀 직무유기 '갸우뚱'

'누구까지 책임' 형식논리에 꽂혀
상황 끝난 뒤 현장에 지휘소 설치?

지침 고집하면 향후 면피 길 터줘
"취약시설 엄격 관리 교훈 삼아야"

지난 7월 3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일주일 전 폭우에 지하차도가 침수된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일주일 전 폭우에 지하차도가 침수된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원인을 제공한 측에 책임을 지우는 데는 공감합니다만, 광역단체장을 재난 대응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의견을 낸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 7월 23일 밤 기록적인 폭우에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경찰이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과 관련해 부산지역 변호사 A씨는 고개를 갸웃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혀 책임 소재를 가리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상 불비한 점이 없는지 살피는 게 이 고발사건 수사의 본질인데, ‘누구까지 책임을 물을까’하는 형식논리에 꽂힌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경찰조사 결과, 부산 전체 재난대응 총괄 책임자인 변 대행은 초량지하차도 상황을 보고 받고도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를 받고 있다.

변 권한대행의 변호인 측은 “사고 당시 호우경보가 발표된 이후 ‘호우주의보, 호우경보에 따른 안전관리지침과 매뉴얼’에 따라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장으로 상황판단과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해야 하는 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밤 10시 30분쯤 지하차도에 차량이 줄지어 들어서 교통신호를 대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날 사고는 순식간 벌어진 참사였다. 차량이 들어선지 3~4분이 지나자 차 양 옆에서 갑자기 빗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생존자들은 당시 가족에게 다급한 상황을 알리고 소방당국 신고했다고 한다.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땐 출입구 높이 3.5m인 지하차도에 2.5m까지 물이 들어찬 상태였다. 이 사고로 2명은 구조됐으나 병원에서 치료 중 숨졌고, 1명은 사고 5시간여만에 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흙탕물이 완전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고와 관련, 변 대행에겐 24일 0시 7분, 0시 10분, 0시 20분 3차례에 걸쳐 재난대응 관련 부서장으로부터 사고발생 경위와 구조 및 사망자 발생 보고가 전화통화로 전해졌다. 사실 현장에선 상황이 끝난 뒤였다.

경찰이 문제 삼은 부산시 내부 지침에 따르면 사망자 3명 이상의 재난에 대해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시장은 △상황판단회의 개최 △구ㆍ군 재난현장통합지휘본부 설치 지시 △현장응급의료소 설치 △긴급구조통제단 현장지휘소 설치 등을 30분 이내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난의 추가 확산 및 상황 악화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지하차도 참사 사고에서 이런 매뉴얼의 진행이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재난방재 전문가들은 이렇게 진단한다. “광역시 행정의 총괄 책임자로 도의적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지만 구체적인 법 적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광역행정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난대응을 더욱 더 그렇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상사의 지시 여부와 관계없이 움직여야 하며, 그게 시스템이다. 그래서 현장 공무원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지시를 받아 움직인다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다. 혹 지시를 받아야만 움직이는 매뉴얼이 있다면 바꿔야 한다. 오히려 현장에서 추가 피해와 상황 악화를 막게 지시를 요구하게 해야 하는 게 맞는 방향이다. 천재지변은 동시다발적 위기를 몰고 온다. 폭우가 내린 7월 23일 밤 부산 119에는 1만건이 넘는 피해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현장 공무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변호사 B씨는 “직무유기는 상황 악화를 인식하면서 고의로 대응을 방기한 경우 적용하는 매우 엄한 형사처벌로, 태만과 소홀로는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시 재난대응의 총 책임자로서 취약지점에 대한 관리 부실 등을 이유로 민사소송의 대상이 될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형식적인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향후 재난대응에 면피의 구실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재난 가능성이 있는 시설에 대한 관련 공무원의 엄격한 관리와 재난대응 훈련, 책임 추궁을 이번 참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목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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