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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관계 발각되자 성폭행 주장한 여성…대법 "무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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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관계 발각되자 성폭행 주장한 여성…대법 "무고 아니다"

입력
2020.09.17 14:44
수정
2020.09.17 18: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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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제자 관계… 부인에게 들키자 성폭행 고소
대법 "무고 처벌하려면 허위사실 적극 증명해야"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부남과의 내연관계가 발각된 뒤 돌연 성폭행 피해를 주장해 무고죄로 기소된 여성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성폭행 신고가 무혐의로 결론났다고 해서 곧장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허위사실인지에 대한 적극적인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30대 대학원생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B씨가 지위를 이용해 자신을 14회에 걸쳐 성폭행하거나 억지로 성관계를 맺도록 했다고 고소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둘이 연인 관계였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쏟아졌다. '이쁜 A 보고 힘내세요'라거나 '내일은 교수님을 뵐 수 있겠죠? 무지 보고 싶네요' 등의 문자메시지도 있었다. A씨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거부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A씨가 고소장을 제출한 시점도 미묘했다. 당시 B씨 부인은 이들이 모텔에서 나오는 모습을 촬영한 뒤 B씨에게는 이혼소송을, A씨에게는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A씨는 손해배상 소송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아파트마저 가압류당하자, 성폭행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 민사 재판에서도 성폭행 주장을 이어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패소했다. 검찰은 2017년 5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B씨를 무혐의 처분한 뒤, A씨를 무고 혐의로 기소했다.

1ㆍ2심은 모두 A씨의 무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1심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2심은 징역 1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법원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주변의 증언 등을 토대로 "합의로 성관계를 맺은 뒤 내연관계로 발전했다"는 B씨의 주장을 더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라는 점에 대한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한다"며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판결 자체를 무고의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A씨와 B씨가 전문심리상담자격 수련생과 수련지도자, 내담자와 상담자, 제자와 지도교수 등 '3중의 중첩된 관계'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의 관계를 고려하면 A씨의 자유의사에 반해 성관계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린 주관적 법률평가가 잘못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피고인이 허위로 고소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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