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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보이스피싱범 위에 ‘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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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보이스피싱범 위에 ‘나는’ 시민들

입력
2020.09.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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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시민이 보이스피싱범 붙잡는 사례, 신고 잇따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9월 초 40대 A씨는 국내 유명 은행 채권팀으로부터 “대출계약 위반으로 위약금을 내지 않으면 남은 대출금을 바로 상환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놀란 A씨는 부산 영도구의 한 장소에서 은행 직원을 만나 800만원을 줬다. 하지만 돈을 받아간 사람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A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이 지인 김모(45)씨는 A씨 이야기를 듣고 범인을 직접 잡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피해자 A씨에게 걸려온 보이스피싱 콜센터로 다시 전화해 “대출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중구 남포동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유인해 현장에서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부산서 시민이 보이스피싱범을 붙잡거나 관련 피해를 막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쌍둥이 형제인 대학생 2명과 친구 1명이 금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는 대신 기존 대출금 800만원을 갚으라”는 내용이었다. 통화 과정에서 의심이 들어 다른 전화기로 기존 대출업체에 전화를 해 확인해 본 결과, 걸려온 전화가 보이스피싱 범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함께 보이스피싱범을 잡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들 대학생은 일부러 속은 척 하면서 돈이 들지 않은 쇼핑백을 들고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가 돈을 받으러 온 조직원을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해 조직원을 구속하고 피해자 9명에게서 1억8,000만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을 수사하고 있다. 이들 대학생은 표창장과 신고보상금을 받았다.

보이스피싱을 알아차린 후 재빠른 신고로 범인을 잡거나 피해를 막기도 했다.

지난 9일 부산 북구의 한 편의점에서 60대 여성이 문화상품권을 구매하려고 했다. 당시 종업원은 ‘연세가 많은 할머니가 문화상품권을 50만원어치를 산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종업원은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60대 여성이 자신의 딸과 통화하도록 하면서 상품권을 판매하지 않았다. 경찰이 도착해 확인한 결과, 가족을 사칭해 문자메시지를 보내 가족 번호로 상품권 사도록 한 뒤 받아 챙기는 ‘가족 사칭 메신저 피싱’ 사기였다.

지난 4일에는 부산 지하철역 자원봉사자의 예리한 판단으로 범인을 붙잡고 피해를 막았다. 이 자원봉사자는 당시 검은 봉지를 든 노인과 뒤를 계속 따라 다니는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수상쩍은 남성을 보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노인은 보이스피싱에 당해 1,500만 원을 부산 동백역 지하철역 보관함에 넣으려다가 보관함이 고장 나 다른 역으로 가려던 중 신고자에게 발견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해 노인의 뒤를 따르던 보이스피싱 인출책을 붙잡았다. 부산 경찰은 “매의 눈을 가지고 있는 시민의 신고 덕분에 어르신이 평생 모은 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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