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기준 신촌세브란스병원 관련 누적 환자 46명
고양시 가족 확진 11명 포함... "병원서 감염 노출 가능성 높아"
선제 검사서? 감염경로 불명 확진자 첫 확인
전국 5대 대형병원으로 손꼽히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이뤄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지역사회로 확산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집단 감염 확산세가 쉬 꺾이지 않고, 직장과 소모임 등을 통해 연쇄 감염이 잇따르는 추세다. 게다가 그간 방역망에 잡히지 않았던 감염 경로 불명 확진의 실체가 선제 검사에 확인돼 방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병원 방문 후 고양시 가족 관련 집단 감염"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종사자 3명이 지난 9일 처음 확진된 뒤 15일까지 41명이 추가 양성 판정을 받았고, 전날 4명의 환자가 추가돼 누적 환자는 총 46명이다. 46명 가운데 35명은 병원 관련 확진자고 나머지 11명은 경기 고양시 가족 관련 확진자다.
시는 고양시 가족 관련 연쇄 감염을 세브란스병원 집단 감염에 이날부터 포함했다.
김정일 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관은 "고양시 가족 관련 집단 감염은 역학조사에서 고양시 거주 보호자 1명이 병간호를 위해 병원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병원 감염 노출 가능성이 가장 높고,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신촌 세브란스병원발(發) 집단 감염이 경기 고양시 가족 관련 집단 감염으로 'n차 감염'이 진행됐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시는 병원발 확산을 막기 위해 퇴원자 540명을 대상으로 안전안내문자를 보내 검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직원수보다 4배 많은 확진자... 마스크 착용 미흡했던 마스크 유통 업체발 확산
직장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아 발생한 감염 후폭풍도 거세다.
강남구 소재 마스크 유통ㆍ수출 업체 직원 1명이 지난 9일 처음으로 확진된 뒤 15일까지 2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전날 6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환자는 27명으로 늘었다. 이 업체 정직원수는 6명으로, 전체 직원보다 4배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역학조사에서 업무 중 직원의 마스크 착용이 미흡했고, 일부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함께 식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스크를 다루는 업체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아 발병 규모가 커진 셈이다.
추가 역학조사에선 건물 층별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일부 건물 입주자 마스크 미착용 등이 확인됐다. 회사 규모와 비교해 집단 감염의 불길이 거세지자 시는 9월3일~11일 사이 이 업체가 입주한 '스타팅 빌딩' 방문자를 대상으로 검체 검사를 확대했다. 직원 등 접촉자 186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한 결과 확진자 27명을 제외하고 25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는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기준 영등포구 지인 모임 관련 확진자는 14명, 서대문구 지인 모임 관련 확진자는 6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영등포구 지인 모임은 휴게실에서 차를 마신 뒤, 서대문구 지인 모임은 가족 식사 자리에서 감염이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집단감염이 잇따라 발생한 교회 등 종교시설이 아닌 일상 소모임을 통해 코로나19 전파가 지속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일주일 새 최고 확진율... "확산세 지속되는 긴 꼬리 현상 우려"
이날 서울 신규 환자는 63명으로, 이틀 전인 14일 32명보다 2배 증가했다. 지난 14일부터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낮춰진 데 따른 확산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역 당국은 완화 영향은 최소 1주일은 지나야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신, 방역 전문가들은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이유를 방역망을 벗어난 무증상 혹은 감염 경로 불명 확진자 증가에서 찾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4일부터 17일까지 최근 2주간 신규 확진자 2,013명 중 감염 경로 불명 환자는 532명으로 26.4%에 달했다. 지난 4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서울에선 확진자 접촉으로 인한 자가격리 등 방역망에 잡히지 않은 '조용한 전파' 환자 1명이 이날 확인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 홈페이지에 선제 검사를 신청해 지난 14일 검사를 받은 시민 1명이 1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6월15일부터 9월14일까지 8,544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선제검사에서 처음 확인된 감염 사례다.
김 서울시 방역관은 "최근 발생 사례를 보면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 건이 많은데, 지역사회에 상당한 수준의 잠복된 감염이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 코로나19 확진율은 16일 2.7%로 지난 1주일 새 가장 높았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려했던 게 바로 확산세가 오래가는 긴 꼬리 현상이고, 경제 부담도 커질 수 있다"며 "감염경로 불명 비율이 20%를 웃돌고 발병 양상이 안 좋은 만큼 사회적 거리 두기의 고삐를 더 좼어야 하는 게 아니었는지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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