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지난달 상용근로자 증가규모 19개월 만에 최소
"새 일자리 구하는 20, 30대 위주 감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상용직 같은 이른바 '질 좋은 일자리'의 증가세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임시ㆍ일용직 등 코로나19 취약계층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낫다지만, 장기화하는 경기 위축이 상용직에도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특히 20, 30대 등 본격적으로 첫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연령층에서 질 좋은 일자리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상용근로자는 1,45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월(27만9,000명 증가)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상용근로자란 고용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취업자를 말한다. 계약기간이 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임시근로자', 1개월 미만인 '일용근로자'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매번 질 좋은 일자리로 분류한다. 2000년대 들어 비공식 고용이 줄고 고학력화가 진행되면서 1999년 12월(-5만6,000명) 이후 20년째 매달 전년 대비 취업자 규모가 증가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 같은 장기 추세까지 흔들고 있다. 올해 1월 66만4,000명에 달했던 상용근로자 증가폭은 △4월 40만명 △ 6월 34만9,000명을 거쳐 8월 20만명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 매달 동반 위축되고 있는 임시ㆍ일용근로자보다는 정도가 덜하지만 상용근로자도 코로나 충격을 피해가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20, 30대의 피해가 컸다. 통계청의 고용동향 원자료(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0대 상용근로자는 전년 대비 14만2,000명 줄어 30대 취업자 감소폭(-23만명)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30대 상용근로자 감소폭은 5~7월 7만~9만명대에서 8월 2배 가까이 확대됐다. 20대 상용직 역시 코로나19가 터진 2월 이후 매달 4만5,000~9만3,000명씩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이미 노동시장에 안착한 40대에서는 피해가 덜하다. 40대 취업자는 인구 감소 등과 맞물려 매달 줄어들고 있지만, 상용근로자는 올해에도 매달 8만~20만명씩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40대부터는 기존 일자리를 잃어야 상용근로자가 줄어드는 반면 20, 30대는 과거보다 새로 취업한 사람이 적으면 상용직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 30대 상용근로자 감소는 해고나 퇴직이 아닌 신규 취업 감소에 기인한다는 얘기다.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4.2%는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답했다.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 중에서도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늘리겠다는 기업은 22.6%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민간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도우미 역할을 주문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정부가 직접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민간이 적극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신산업에 대한 인력 미스매치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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