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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는 안 중요해" vs "백신 신뢰해도 트럼프는 못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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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는 안 중요해" vs "백신 신뢰해도 트럼프는 못 믿어"

입력
2020.09.17 15:00
수정
2020.09.17 23:19
0 0

美대선 코로나19 백신ㆍ마스크 공방 재연
트럼프, CDC "백신 공급 내년 중순"에 발끈
바이든 "백신 승인서 정치 개입 안 돼" 견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미국 대선 정국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책임자의 코로나19 백신과 마스크 착용 관련 언급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충돌하면서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코로나19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이슈로 확인되는 만큼 바이든 후보가 더 기세를 올리는 모습이다.

발단은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의 16일(현지시간) 오전 미 상원 청문회 발언이었다. 그는 의원들의 질의에 "만약 백신이 지금 출시되더라도 미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예방접종을 받으려면 6~9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말까지 백신이 처음 출시된다고 해도 모두에게 넉넉히 돌아가는 시점은 내년 중순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의료진과 노약자 접종이 우선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레드필드 국장은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마스크는 (코로나19와 맞서는 데 있어) 우리가 확보한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공공보건 도구"라며 "현재로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을 보장해준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발끈했다. 하루 전 ABC방송에 출연해 "3, 4주 후면 백신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는데 현장 책임자가 이를 부인해 체면을 구긴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레드필드 국장의 발언을 '부정확한 정보'이자 실수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내가 레드필드 국장에게 전화해서 '마스크가 무슨 말이었냐'고 묻자 그는 '내가 답변을 부정확하게 한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마스크는 백신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의료 및 공공보건 전문가들로부터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브리핑을 받고 있다. 월밍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의료 및 공공보건 전문가들로부터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브리핑을 받고 있다. 월밍턴=AP 뉴시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맞받았다. 그는 델라웨어주(州)에서 공공보건전문가 브리핑을 받은 뒤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 승인을 정치화했다"면서 "승인 절차는 투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신 승인ㆍ분배는 절대로 정치적 고려에 의해 왜곡돼선 안 되며 오직 과학과 안전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후보는 특히 "나는 백신을 신뢰하고 과학자를 신뢰하지만 트럼프는 믿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1월 3일 대선 투표일 전에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고 개발 성공을 자축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나리오를 공개적으로 견제한 것이다.

올해 대선의 주요 변수로 꼽히면서도 최근 그 무게감이 다소 줄어드는 듯했던 코로나19 사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다시 부각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까지 주식시장 호황 및 낮은 실업률 등 경제 실적 수치 덕에 재선가도에 청신호가 들어왔지만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3월 이후 지지율이 급락했다. 바이든 후보는 기사회생 끝에 대선주자 자리를 차지한 뒤 사회적 격리, 마스크 착용 등을 강조하며 포인트를 따왔다. 요 며칠 새엔 정치적 고려가 앞선 정무직 공무원들이 보건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을 경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주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코로나19 이슈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13일 미 뉴욕타임스(NYT)의 경합주 미네소타ㆍ위스콘신 여론조사에서 '누가 코로나19에 잘 대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바이든 후보(52%)가 트럼프 대통령(41%)을 여유있게 앞섰다. 두 지역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에는 코로나19 대처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14일 폭스뉴스 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코로나19 대처 이슈에선 8%포인트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같은 조사에선 미국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이슈로 실업(87%)에 이어 코로나19(83%)가 뽑혔다. 대선 판도를 좌우할 핵심 이슈로 굳어진 셈이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백신 개발이 이제 막바지 대선 레이스의 판도를 결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면서 "그러나 연내에 백신이 나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백신이 대선 전 개발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역전은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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