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온라인광고에 러 전투기ㆍ군인 등장
무단 도용 등 자금 모금 수차례 구설 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그렇게 호되게 당하고도 아직 정신을 못차린 것 같다. “미군을 지지해 달라”는 대선 광고 사진에 러시아 전투기와 군인이 버젓이 등장한 것. 선거 캠프 측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줄곧 잡음이 일었던 터라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근 공화당전국위원회(RNC)와 트럼프 재선 캠프가 공동 운영 중인 선거자금 모금 조직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위원회’ 온라인 광고에 러시아 전투기와 군인의 모습이 배경으로 사용됐다. 광고는 “우리 군대를 지지해 달라”는 문구와 함께 해질 무렵 산을 등지고 걷는 군인 3명과 이들 위를 날아가는 전투기 실루엣을 합성해 후원을 유도했다. 이 광고는 8일부터 닷새 동안 대중에게 노출됐다.
그러나 광고가 공개되자마자 문제가 불거졌다. 사진 소재가 미국이 아닌 러시아 전투기와 군인이라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미 공군의 F-16, A-10 전투기 설계에 참여했던 피에르 스프레이는 전투기 꼬리 모양과 엔진 형태 등을 들어 “(사진 속 전투기는) 분명히 러시아산 미그-29 전투기”라고 단언했다. 루슬란 푸호프 러시아 전략기술분석센터 소장도 “사진 속 오른쪽 군인이 러시아제 AK-74 소총을 들고 있다”고 거들었다. 원본 이미지를 만든 아르투르 자키로프 역시 전투기와 군인들은 러시아 모델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5년 전 러시아 하늘과 그리스 산, 프랑스 들판 등의 풍경을 조합해 사진을 제작했다고 한다. 해당 이미지는 사진거래 웹사이트 ‘셔터스톡’을 통해 유통됐다.
미그-29와 AK-74는 냉전시대 옛 소련을 대표하는 무기다. 1977년 첫 선을 보인 미그-29는 지금까지 북한, 이란 등에 800여대가 수출됐으며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내전이 한창인 리비아에서 14대가 목격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는 뗄 수 없는 꼬리표다. 그의 선거 캠프는 4년 전에도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휘말려 대통령 재임 내내 불법 선거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트럼프 선거자금 모금위도 이미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의 7월 보도를 보면 위원회는 45달러 이상 모금 시 제공하는 한정판 황금 주화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해 ‘로널드 레이건 재단과 연구소’의 제재를 받았다. 또 인구 총조사 양식을 모방해 정치적 견해를 묻고 궁극적으로는 정치자금 기부를 유도하는 광고를 페이스북에 실었다가 정책 위반으로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
RNC와 트럼프 캠프 측은 해당 의혹에 아직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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