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실수요자 LTV 완화 요청에는 "불부터 꺼야"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국민을 향해 여러 번 사과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서다. “민망하다”는 발언만 세 번 했다.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정규직 전환 논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 실패,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 사태 등 국민 눈높이를 벗어난 정부 정책에 '사과할 건 사과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의원들과 입씨름하며 '정부 결정의 무결함'을 강조했던 일부 옛 총리들과 달랐다.
정 총리는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인국공 논란에 대해 “그 정책(비정규직 정규직화)이 완벽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미흡함을 인정했다. ‘민망한가’라는 야당 의원 질의에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정 총리는 “고용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유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정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두고도 “약속을 지키지 못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두번에 걸쳐 최저임금을 한 자릿수로 인상하다보니 공약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며 “이유는 있으나 그럼에도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민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5,000억원에 달하는 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에 대해서도 “펀드가 자금의 선순환을 도와야 하는데, 문제를 야기하고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정 총리는 총리이자 차기 대선주자로서 '시원하게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에 대해 정 총리는 지난 10일 “국민께 심려를 끼쳐 민망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정 총리는 16일에도 “그런 일(자녀 문제) 없이 일에 충실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과 다른 대응이다. 내각를 통할하는 총리의 잦은 사과가 청와대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정 총리는 자기 스타일대로 가기로 한 듯하다.
그러면서도 정 총리는 16일 야당 공세에 마냥 자세를 낮추진 않았다. 정 총리는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2년째 해외 도피중인 이혁진 옵티머스 전 대표를 일부러 안잡는 게 아니냐'고 묻자 “확실한 불법행위가 확정되면 검찰에서 당연히 신병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에 아무 지시도 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는 “모든 일을 만기친람으로 총리나 대통령이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맞섰다. 유 의원이 “그러면 내가 잡으러 다녀야 하는가”라고 따지자, 정 총리는 “총리는 특정사안에 검찰에 일언반구 할 수 없다”고 응수했다.
정 총리는 또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요구에 대해서는 "지금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보면 일단 불을 끄는 것이 선의의 피해자에게도 곧 유리한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 주장이 나오지만 "아직 이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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