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바꿔가며 7시간 감금... 헤어드라이어 바람까지 불어 넣어
법원... '미필적 고의인정' 살인죄 적용
판결문 읽던 재판장 고개숙인 체 말 잊지 못하기도
동거남의 9살 아들을 여행가방에 7시간 가까이 가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여성에게 법원이 살인죄를 적용,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채대원 부장판사)는 16일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1)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일련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했을 것으로 보이는 등 피고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A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 이같이 판결했다.
그러면서 "친부가 피해자 몸에 난 상처를 보고 따로 살겠다고 하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법을 찾아 폭행하다 살인까지 이어졌다"며 "범행이 잔혹할 뿐만 아니라 아이에 대한 동정심조차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분노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피해자가 거짓말을 해서 기를 꺾으려고 그랬다는 변명으로 일관,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 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재판장은 40여분 간 판결문을 읽으면서 "피해자는 단지 어린 아이", "꿈이 경찰관이었고 주변사람들이 밝고 명랑한 아이라고 보고 있었다"며 2~3차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잊지 못해 법정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현장검증에서 마네킹이 2번 가방 안에 있을 때 아래로 움푹 내려앉는 등 충격이 그대로 전달돼 아이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고 범행 은폐를 위해 119 신고를 지연했다”며 “작위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 범의가 함께 발현한 사건”이라며 무기징역 형과 20년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 명령 등을 요청했다.
A씨는 지난 6월 1일 정오쯤 충남 천안 시내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동거남의 아들 B군을 여행용 가방에 3시간가량 감금했다가 다시 더 작은 가방에 4시간 가까이 가둬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이틀 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감금 과정에서 수 차례 ‘숨이 안 쉬어진다’고 호소하는 B군을 꺼내주는 대신 가방 위에 올라가 뛰거나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불어넣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결 이후 유족은 "아이를 죽였는데 징역 22년이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유족은 "(A씨가) 아이를 직접적인 도구로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징역 22년은 말도 안 된다"며 "A씨가 항소심에서 형이 줄어들고 형기를 마치면 행복하게 살거다. 아이는 힘들게 죽었는데 너무 화가난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을 지켜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도 "아동학대로 인한 살인은 일반적인 양형기준보다 더 높아야 한다"며 "1심 형량은 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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