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고 여유롭던 '추다르크'
'아들 의혹' 답변 중 울컥... 목이 잠기기도
국회일정 빨아들인 '추미애 블랙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불과 일주일 전 만해도 국회 본회의장에 나와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웃음으로 흘려보냈던 추 장관은 지난 14일 대정부질문에선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에 대해 답변하다 울컥하기도 했다. 최근 한두 달간 추 장관의 행보를 기록한 사진 속에서도 여유만만했던 표정은 점점 굳어 갔다.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접수됐다는 말에도 '피식' 웃어버린 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이전이던 7월 21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웃는 모습이 고스란히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당의 압도적인 의석 수로 볼 때 탄핵안 부결은 예상됐으나, 자신에 대한 탄핵안 상정을 접하는 국무위원의 처신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었다.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추다르크'의 당당하고 여유 넘치는 행보는 계속됐다. 다음 날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김태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의 날선 질문에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라며 강경하게 받아치면서 질문 중단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7월 27일엔 법사위에 출석해 윤한홍 통합당 의원이 고기영 법무차관을 거론하며 '추 장관 아들 병역을 봐 줘 승진 했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소설 쓰시네”라고 받아쳐 논란을 키웠다. 추 장관은 최근에야 해당 발언이 ‘독백’이었다며 자세를 낮췄다.
추 장관은 '아들 군 생활 특혜 의혹'을 둘러싼 야당과 언론의 지적에 대해 '검언유착' '장관 흔들기'를 거론하며 발끈하는 등 강경하고 당당한 자세로 일관해 왔다. 지난 8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장관직 사퇴를 요구할 때에도 추 장관은 마스크 뒤에서 웃고 있었다.
베테랑 정치인이기도 한 추 장관은 취재진 앞에서도 항상 여유를 보여 왔다. 의혹이 불거지고 난 후 각종 증언과 녹취록이 등장하면서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는 추 장관의 출퇴근을 지켜보려는 기자들이 점점 늘어났다. 검찰총장과의 갈등 상황에서도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여유있게 카메라 앞을 지나던 추 장관은 언제부턴가 굳은 표정으로 차에 오르기 시작했고, 지난 9일에는 청사 정문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을 피해 후문으로 빠져나와 대기하고 있던 관용차에 오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아들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여당 내에서도 스스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일자 추 장관은 결국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림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같은 날 추 장관 아들 서모(27) 씨는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다음날인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추 장관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엄마 찬스'를 거론하며 아들의 군 생활 특혜 의혹을 다그치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즉답을 못한 채 "(보좌관 전화여부)그것을 확인하고 싶지 않다"고 답변하거나, "병원에 입원하거나 아파도 병문안도 가보지 못했다. 엄마의 상황을 이해하길 제가 일방적으로 바란다"라며 목이 잠긴 듯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검찰이 민원녹취파일 확보를 위해 국방부를 압수수색한 15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추 장관의 표정은 한층 더 굳어 있었다. 평소 밝은 톤의 옷을 즐겨 입는 추 장관이 이날 어두운 감청색 정장에 검은색 마스크까지 쓰고 나타나면서 오히려 더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회 일정이 온통 '추미애 청문회'가 되고 있다. 14일 시작된 대정부질문은 당사자인 추장관에게 집중됐고, 15일은 추 장관 아들의 의혹과 연관이 깊은 국방부의 수장 정경두 장관에게 야당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심지어 16일 열린 서욱 국방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한 질문이 계속됐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 재확산과 잇따른 태풍으로 인한 수해대책, 추경 편성 등의 현안질의가 '추미애 블랙홀'에 묻이고 있다. 17일 진행될 국회 교육ㆍ사회ㆍ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 추 장관이 다시 출석하고, 다음 달에는 국정감사까지 예정돼 있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추미애 팬데믹'이 당분간 정치권을 휩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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