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다시 세워진 멜라니아 청동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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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다시 세워진 멜라니아 청동 조각상

입력
2020.09.16 19:04
수정
2020.09.1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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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 조각상 방화 두달 만에 재건
비판과 관심 엇갈리는 현지 민심

슬로베니아 세브니차에 다시 설치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청동 동상. AP 연합뉴스

두달 전 방화로 사라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동상이 돌아왔다. 이번엔 불에 타도 끄떡없는 청동으로 만들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실물과 닮은 구석은 별로 없는 듯하다. 화제성보다는 슬로베니아 내 양분된 민심만 드러냈다는 정치적 해석이 더 많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멜라니아 여사의 동상 제막식이 그의 고향인 슬로베니아 남동부 세브니차에서 열렸다. 새 동상은 과거 나무 조각상이 있던 통나무 받침대 위에 그대로 다시 설치됐으며 생김새도 기존과 유사했다. 청동 소재로 제작된 사실만 다를 뿐이다. 동상 명판에는 ‘여기 서 있던 멜라니아 기념비의 영원한 기억에 바친다’고 적혀 있다. 두 조각상을 모두 만든 미국 예술가 브래드 다우니는 독일 매체 모노폴에 “원본과 형태는 같지만 가능한 한 견고하고 파괴가 어려운 내구성 있는 소재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조형물 재료에 신경을 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멜라니아 조각상은 원래 지난해 7월 같은 장소에 세워졌다. 하지만 설치 1년 만인 올해 7월 누가 고의적으로 불을 내 심각하게 훼손됐고, 결국 철거됐다.

동상 설치와 철거, 재설치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에는 트럼프 행정부를 바라보는 슬로베니아의 복잡한 민심이 담겨 있다. 원래 작가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각성을 고취하려는 취지로 동상을 만들었다. 다우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민자 출신과 결혼한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정책을 펼치는 모순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와 달리 현지 시선은 엇갈린다. 목조상이 불 타 없어진 7월 4일은 미국의 잔칫날인 독립기념일. 방화 용의자는 아직 붙잡히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트럼프의 미국을 흠집 내려는 목적이 분명했다. 앞서 1월에도 슬로베니아 중부 모라브체에 설치된 8m 크기의 거대한 트럼프 조각상도 방화로 파손된 적이 있다. 세계 최강국 퍼스트레이디가 자국 출신이어도 반감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반면, 세브니차는 상업적으로 꽤 성공을 거뒀다. 미국 대통령 부인의 과거를 알고 싶은 구경꾼들이 몰려 들어 일약 관광명소가 된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나선 이후 3년 동안 이 지역 관광객은 연간 15% 가량 증가했고, 초등학교, 아파트 단지, 공장 등 멜라니아가 거쳐간 여러 장소를 소개하는 가이드투어도 만들어졌다. 돈과 정치 사이에서 춤추는 민심이 어김없이 재연된 것이다.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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