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용대출 급증세가 금융시장의 위험 요소로 급부상하자 금융당국의 공식 대응에 앞서 은행들이 우선 대출 총량ㆍ속도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고객 우대조건이던 금리인하 혜택을 줄이고, 연봉의 2배까지 대출해주던 고소득 전문직 대출 한도도 낮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자율적으로 신용대출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7,8월 신용대출이 가파르게 늘어 향후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에서도 8월 신용대출 증가액이 4조755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하자 은행권에게 “신용대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시중은행들은 우선 최근 신용대출 증가 원인으로 ‘낮은 금리’를 꼽고, 금리 조절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1% 후반에서 3%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특히 1%대 저금리 대출은 통상 △결제 실적 △금융상품 가입 여부 △월급통장 개설 등 ‘우대 조건’을 반영했을 때 가능하다. 이에 몇몇 시중은행에선 이 우대조건 혜택을 줄여 너무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이 나가지 않도록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은행들은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게 열어주었던 대출 한도에도 손을 대기로 했다. 은행들은 이들 전문직에겐 연봉의 2배까지도 신용대출을 해줬다. 연봉이 1억이라면 2억까지도 신용대출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소득과 신용등급이 높아 소득증빙 자료 등 기초 자료만 있어도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대출 증가분에서 이런 전문직들의 대출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은행이 이들에 대한 대출 한도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실제 금융당국이 최근 늘어난 신용대출 현황을 들여다 봤는데, 신용등급이 높은 이들의 고액 대출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분들이 1,000만원 정도 빌리는 건 생활자금으로 추론할 수 있지만, 고소득 고신용인 분들의 고액 대출은 생활자금으로 보기엔 어렵다”며 “이런 경우엔 사실상 각종 투자에 돈을 투입하기 위해 대출을 일으켰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시작한 뒤 6,7월에 늘어난 부동산 투자의 잔금 시기가 8월이었다. 몰려든 잔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대출이 8월에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최근 공모주 청약 열풍으로 증거금을 내기 위한 대출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7,8월 신용대출 증가세는 심상치 않다고 봤지만, 9월 증가세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9월 10일(8영업일)까지 1조원 가량 늘었다고 하는데 8월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 속도가 느린 편이다. 이 정도 속도를 유지한다면 9월에는 증가세가 한풀 꺾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럼에도 여전히 주식 시장 투자 등 이슈가 있으니 당장은 은행권의 자율적인 대출 총량 및 속도 조절로 대응한 뒤, 9월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면 당국에서도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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