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달라졌다. 이 대표는 사안마다 “엄중히 보고 있다”는 신중한 대답으로 ‘엄중 낙연’으로 불렸다. 대표 임기 3주차에 접어든 요즘은 분명하고 적극적인 메시지를 낸다. 민주당 아킬레스건이었던 청년ㆍ여성 문제에 대해 특히 그렇다. 그는 '약자에 남다른 낙연'으로 거듭나고 있는 걸까.
'두루뭉술'에서 '약자로' 화법
현안에 대한 이 대표의 메시지는 자주 '두루뭉술' 했다. 신중함을 지키느라 되레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5월 경기 이천시 화재사고 때 정부 대책을 묻는 유가족에게 “제가 지금 현직에 있지 않아 책임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답해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의 메시지는 때로 부적절했다. '5060세대 기득권 남성 정치인'이라는 정체성이 폭발하는 때가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크고 감동적인 변화는, 소녀가 엄마로 변하는 그 순간이다. 남자들은 그런 걸 경험 못 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도 철이 안 든다”는 지난 6월 국회 발언이 그랬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 대표는 “저의 부족함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당 대표가 된 뒤에는 자신의 공언처럼 ‘새로운 이낙연’의 행보 하고 있다. 이른바 '오륙남'(50~60대 전통적 한국 남성)의 한계에 갇히지 않으려 애쓰는 듯하다.
이달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이 대표는 “재난도 약자를 먼저 공격하며, 재난의 고통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며 약자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국민의 안전'을 화두로 제시하며 생명안전기본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공언했다. 노동자의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를 지키는 법들이다.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조두순 방지법’을 국회가 시급히 처리하자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연말에 만기 출소하면 보호관찰을 강화할 계획이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이 감당해야 할 공포와 불안이 너무 크다”면서 피해자를 보듬었다.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선 “코로나 우울증을 국난극복위원회 사회본부 과제 중 하나로 채택해달라”고 당부했다. 젊은 여성들의 자살율이 급증하는 등 여성들이 코로나 취약지대로 내몰렸다는 언론 보도가 주목 받을 때였다. 20대인 박성민 최고위원이 2030세대의 ‘코로나 블루’를 언급하자, 이 대표는 즉석에서 "청년들에게도 치유의 공간, 치유의 시간을 제공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대표의 소신, 당 쇄신으로 이어질까
"소녀에서 엄마로" 발언을 사과하면서 이 대표는 “저만의 경험으로 세상을 보려 하지 않는지 경계하며 더 넓게 우리 사회를 보겠다"고 약속했다. 그 실천은 당직 인선으로 나타났다. 여성인 한정애 의원을 당 정책위의장에 임명하고, 여성 대학생인 박성민 최고위원과 노조위원장 출신의 박홍배 최고위원을 기용해 '청년ㆍ여성ㆍ노동자'에 손을 내밀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임명된 사무부총장이 모두 남성이라, 후속 인선에서 남성 치중 문제를 보완하기로 했다”면서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부위원장에 여성인 양향자ㆍ한정애 의원으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각종 회의에서 청년과 여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다. 특히 박성민 최고위원의 의견을 거의 매번 물어본다고 한다. 청년특보단의 아이디어를 연설문에 곧바로 담기도 한다.
이 대표의 변신 노력은 청년ㆍ여성 지지율 하락 위기에 직면한 민주당에 긍정적 신호다. 박성민 최고위원은 “여성과 청년의 마음을 잡는 게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니지만, 의원들도 당내 혁신과 쇄신을 위해 이 대표처럼 노력하겠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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