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대 A씨가 보유한 경기 고양시 장항동의 823㎡ 농지는 2018년 공공주택지구로 '수용'됐다. 애초 정부가 책정한 보상금은 2억6,000만원(3.3㎡당 105만원) 정도.
김씨는 고민 끝에 현금 대신 토지를 받는 '대토 보상'을 신청했다. 현금보다 차라리 2년 뒤 상업용지를 보상 받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노리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택지개발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A씨에게 대토 용지를 2023년에나 공급할 수 있다는 안내문을 보냈다. A씨는 “이렇게 늦어질 줄 알았다면 신청을 안했을 것"이라며 "3년을 더 기다리는 것 외에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공공택지개발에 따른 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에 재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장려하고 있는 '대토보상제'가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기본적으로 토지 수용 시점보다 한참 뒤에 땅값을 평가해 새 토지를 나눠주는 구조인데, 정해진 기한이 없는 데다 토지도 애초 예상보다 훨씬 적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원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수십조원 규모의 3기 신도시 토지 보상이 본격화되는 만큼,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년 사이 받을 토지가 반토막 아래로"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LH와 대토 보상 계약을 체결한 고양 장항 공공주택지구 토지주들이 최근 LH를 항의방문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계약 당시에는 "2021년말 사업이 준공되니 2020년에 토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최근 "공급이 지연될 것 같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LH의 말을 믿고 대토 보상을 결심한 이들은 전체의 28%(보상금 기준 약 2,000억원)에 달한다. LH 관계자는 "원주민 이주 지연과 장항천 편입 등 지구계획 변경으로 불가피하게 공급이 지연된 것"이라며 "지급이 유예된 보상금은 일정 금리의 이자율을 가산해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역시 2018년 대토 보상을 시행한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에서도 토지주의 불만이 크다. LH가 최근 보상으로 지급하는 토지의 공급가격(3.3㎡당 8,000만원)을 공지했는데, 주민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높아 받게 되는 토지 규모가 확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254㎡ 농지를 보유한 60대 B씨 사례를 보면, 최초 보상금은 3억6,000만원(3.3㎡당 462만원)이었는데 2년을 기다려 상업용지 15㎡ 밖에 보상받지 못하게 됐다. B씨는 "2년 전 현금을 받아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훨씬 나은 수익을 냈을 것"이라며 "대토 보상 결정을 후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지주들은 특히 LH가 2018년 주민설명회 등에서 예상 공급가격을 "3.3㎡당 3,500만원"으로 홍보했다며 두 배 이상 올라간 감정가격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LH는 이에 대해 "당시 3,500만원 추정가는 말 그대로 추정일 뿐이었고, 당시 설명회에서도 향후 감정평가를 통해 안내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고 해명하고 있다.
"대토면적 조기 확정해 불확실성 줄여야"
대토보상제는 토지보상금의 집값 자극을 막고,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7년 처음 도입됐다. 현금보상과 달리, 신청 시점에 대토 면적이 확정되지 않고 지구 내 용지조성이 완료되는 시점에 LH가 감정평가를 해 공급용지의 가격을 결정한다. 공급용지 가격이 오를수록 받는 토지가 줄어드는 구조다.
하지만 공공택지 조성에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리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 땅값이 오르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적은 토지를 받게 돼 그동안에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정부는 3기 신도시 지역 토지 수용에도 대토보상제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대토보상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하반기 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3기 신도시 토지 보상을 시작할 예정인데 보상금 추정액은 30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3기 신도시 원주민들이 지난달 "정부의 대토보상이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벌써부터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채미옥 대구대 초빙교수는 "어느 지역은 대토보상을 하겠다는 계획을 먼저 만들고, 개발 절차를 단순화해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토보상 계약시 토지소유자가 받을 면적을 조기에 확정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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