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은 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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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은 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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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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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의 ‘한국형 뉴딜펀드’ 계획 가운데 뉴딜인프라펀드가 있다. 정부는 세제혜택(세율 9% 분리과세) 기준을 ‘2억원까지 투자’로 더 넓혀 민간 자금도 유치할 계획이다. 펀드는 디지털 뉴딜 데이터센터, 스마트공동 물류센터, 그린 뉴딜 수소충전소, 육상ㆍ해상풍력 발전단지 등에 투자된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한국형 뉴딜 산업)를 위한 인프라가 이런 것들이라는 의미일 테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 중요한 인프라를 빼놓은 것 아닌가.’

지난해부터 대형 이슈마다 ‘공정’이 빠지지 않는다. 조국 사태가 그랬고,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특혜 논란도 그렇다. “당신들 말처럼 어쩌다가 그럴 수도, 법을 어긴 건 아닐 수도 있지만 왜 하필 힘 센 자의 식솔들은 그런 희한한 일을 해도 잘 넘어가느냐”가 질문의 핵심이다.

올해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에서도 공정이 화두다. 두 차례 모두 ‘나는 왜 대상이 아닌가, 이것밖에 못 받는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는 무수한 불공정에 발끈한다. 북한에 구호물자를 보낼 때도 ‘남한의 어려운 사람은’이란 질문이 붙고, 정년연장을 얘기하려면 ‘청년고용은 어떻게’라고 되묻는다. 부동산 문제 해결에 주택공급이 절실하다면서도 ‘왜 하필 우리 동네에 임대주택이냐’는 반발은 곤혹스럽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은 국가 존립에 필수지만 역시 우리 지역에는 안 된다는 반대에 연기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의사 파업은 불공정의 끝판왕이다. 전쟁 중에 군인이 총을 놓아도 될까. 의사들은 코로나 의료 위기 와중에 메스를 놓고도 당당했다. 대체재 없는 필수재의 몽니 앞에 국가는 무력했고, 국민은 피가 거꾸로 솟아도 참을 수밖에 없는 '불공정'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백성은 가난보다 불공정에 분노한다’는 주장은 서글프지만 현실이다.

수년 전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갈등의 비용’ 해결을 유행처럼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민주주의 지수, 정부의 갈등관리능력, 소득불균형 정도(지니계수) 등을 조합해 산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사회갈등지수가 2005년 4번째로 높던 한국은 2010년 2위로 더 뛰어올랐다.

“사회갈등에 따른 경제적 비용은 82조~246조원에 달한다” “지수가 10%만 낮아져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5.4% 높아지고, OECD 평균수준(2010년 0.44)으로만 개선되면 7∼21%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따랐다. 숱한 갈등을 부르는 공정 논란만 해결해도, ‘뉴딜’이 목표로 하는 저성장 탈피를 도울 수 있다는 의미다.

갈수록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는 추세에서 공정은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인프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처로 있는 건 경쟁의 정글에도 공정이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시스템은 공정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당장의 빈(貧)을 인정하고, 주어질 기회를 희망으로 삼을 수 있다.

정부가 뉴딜의 인프라를 고민한다면, 1호 인프라로 공정부터 챙기기 바란다. 굳이 펀드처럼 돈 들이지 않고도 시작할 수 있다. 무리한 변명으로 갈등을 더 키우지 않는 것. 집권세력의 솔직함, 겸손함이 출발이다.


김용식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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