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규정 무시한 채 연구재료ㆍ장비도 사용
감사부 징계 요청 이행하지 않아 '봐주기' 지적도
IBS 측 "연구성과 있어 경고와 보직해임 조치만 했다" 해명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의 산실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소속 한 연구단장이 규정을 무시한 채 아들이 소속된 다른 기관 연구실에 연구 인력과 재료, 장비를 지원해 보직 해임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를 통해 진행한 연구가 국제 학술지에 실려 이른바 ‘아빠 찬스’로 성과를 거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IBS가 감사부서의 징계요구를 이행하지 않고 구두경고만 해 '제 식구 봐주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15일 IBS에 따르면 감사부는 지난해 특별감사를 벌여 외부 연구기관에 설치한 IBS 연구단 A단장이 B연구원을 자신의 아들이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는 다른 연구기관의 한 연구실에서 일하도록 한 사실을 적발했다.
감사 결과 다른 기관과 인력 등을 교류하기 위해선 관련 부서 보고한 뒤 기관 간 협약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A단장은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A단장은 또 IBS의 예산으로 마련한 장비와 연구재료 일부도 관련 절차를 무시한 채 사용했다.
IBS 감사부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해 9월 징계를 요청했지만, 징계위는 5개월이나 지난 올해 2월에서야 경고만 했다. 부적절하게 처리된 관련 연구비와 인건비 3,000여만원은 환수하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 지난 3월 경고와 별개로 지난 3월 A단장을 3개월 동안 보직 해임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IBS가 감사부의 징계 요청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IBS 측은 이에 대해 규정을 어긴 것은 맞지만 “공동 연구를 위한 연구원의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는 A단장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해당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A단장 측과 아들 연구실의 공동연구로 실린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과학계에선 규정을 어겨가며 아들의 연구를 도운 A단장을 징계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덕연구개발특구 한 출연연 관계자는 “인력과 장비, 그리고 재료가 연구에 있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며 “이런 점에서 비록 공동 연구라지만 아버지가 규정을 지키지 않고 인력과 장비, 재료를 아들 연구실에 지원했다는 것은 문제가 분명한 만큼 엄격히 징계를 하는 게 맞다. 선례를 만들면 재발할 소지가 크다”고 꼬집었다.
IBS 관계자는 “A단장이 규정을 어겼지만 IBS도 함께 연구 성과를 낸 것이고, 외부와의 공동 연구 과정에서 절차가 복잡해 어려움이 있다는 연구자들의 목소리 등도 있어 경고만 한 것”이라며 “공동연구에 대한 내부 절차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어 공동 연구 사업을 관련 규칙에 넣는 등 보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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