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 한국에서 열려
“여러분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란 말을 아실 겁니다. 여기서 코끼리가 은유하는 건 거대한 무엇이죠. 인류가 탐구하는 진리, 우주, 종교, 사회가 포함됩니다. 그러나 앞이 보이지 않는 친구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코끼리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아요. ‘코끼리는 이렇게 생겼을 거야’라는 선입견이 없기 때문에 오직 자신이 느끼는 감각과 상상을 통해 코끼리를 만들어내죠.”
14일 국민대 AR스튜디오에서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ITAC) 현장. 시각장애 학생들의 예술 교육을 지원해온 '우리들의 눈' 엄정순 대표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무대 뒤 화면에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만든 각양각색의 코끼리들이 나타났다. 코가 없는 코끼리, 코가 기둥처럼 솟은 코끼리, 하트 모양의 코를 가진 코끼리, 공룡 화석을 연상케 하는 코끼리…. 엄 대표는 “갇혀 있던 프레임을 깰 수 있는 기회를 서로에게 주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힘”이라고 역설했다.
코로나19 시대, 생존을 걱정해야 할 때 문화예술을 논하는 게 한가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ITAC 행사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한 목소리로 “사회적 고통이 커질 수록 예술을 멈춰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예술이야말로 인간성을 회복하고 서로 연대하는 최후의 보루가 돼줄 것이란 점에서다.
ITAC는 전 세계 문화 예술가들이 예술교육의 가치와 역할, 가능성, 실천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국제 교류의 장이다. 2012년 노르웨이 오슬로를 시작으로 2년마다 열렸고, 아시아권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14일에서 17일까지 디지털컨퍼런스 형태로 개최됐다. '예술은 어떻게 세상의 눈을 바꾸어 가는가'를 주제로 19개국 54명이 주제 발표를 했고, 1,000여명의 문화예술교육가가 온라인에서 실시간 소통하며 의견을 나눴다. ITAC 국제운영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했다.
엄 대표와 함께 기조 발제자로 나선 필리핀 문화기획자 로잘리 제루도 산아구스틴대 교수는 “봉쇄의 시기 의미 있는 예술은 우리 내적 동력을 키워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난, 빈곤, 내전과 자연재해의 현장에서 ‘내적 재난’에 처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온 경험을 공유했다. 억울하게 수감된 난민 여성 재소자들의 자아 회복을 돕는 인형 만들기 프로젝트도 소개됐다.
영국 컴플리시테 극단의 대표인 사이먼 맥버니는 기조발제문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예술의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강조했다. 코로나19 시대를 겨냥해 “어쩌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존재로 생각하는 지점까지 와 버린 걸까”라고 질문을 던진 뒤 “‘예술(Art)’이란 단어가 ‘함께 싸우다’를 뜻하는 인도 유럽어 ‘아르(Ar)’에서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교육기반본부 김자현 본부장은 사전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모든 예술현장이 멈추게 된 상황이지만 전 세계 예술교육자들이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저마다의 상상력을 공유하고 지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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