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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정책의 배신] "우후죽순 지역화폐, 도움은커녕 2300억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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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정책의 배신] "우후죽순 지역화폐, 도움은커녕 2300억 손실"

입력
2020.09.15 22: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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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연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인접 지역끼리 발행하면 매출증가 없이 비용만
"중앙·지방정부 보조금 9000억 중 460억 순손실"

세종시 지역화폐 여민전. 세종시 제공.

세종시 지역화폐 여민전. 세종시 제공.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적극 추진 중인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연간 2,000억원 넘는 손실을 발생시킨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정 지역, 상인에 소비를 집중시키는 효과는 적은 반면, 발행 비용, 보조금 지급 등 부작용이 더 큰 탓이다.

올해 지역화폐 9조원... 4년 새 77배↑

송경호ㆍ이환웅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5일 이런 내용의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역화폐란 서울사랑상품권, 경기지역화폐 등 지역 내 가맹점으로 사용처가 제한된 화폐다. 2016년 53개 지자체에서 1,168억원어치를 발행했는데, 올해는 229개, 9조원으로 규모가 크게 늘었다. 정부는 내년 발행 규모를 15조원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 소득의 타지역 유출을 막고 대형마트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해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런 취지와 달리, 지역화폐 도입 효과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먼저 한 지역의 지역화폐 발행은 인접 지역의 경쟁적인 발행까지 유도해 사실상 매출증가 효과가 상쇄된다. 인접 지역이 지역화폐를 발행하지 않아 지역 매출이 증가하는 경우에도 "인접 지역의 소매업 매출 감소를 대가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경제 전체의 후생을 고려해야 하는 중앙정부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에서 소상공인으로 매출이 이전되는 효과도 제한적이다. 현금이나 다른 상품권으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역화폐 도입 전 현금으로 동네마트에서 월 평균 10만원을 지출하고 있었다면, 지역화폐를 3만원 보유하게 되더라도 동네마트 매출액은 전혀 늘지 않는다. 보고서는 또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의 사용 가능 가맹점이 중복된다"면서 "추가적인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화폐 발행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지역화폐 발행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효과보다 비용이 커… 차라리 상품권이 낫다"

효과는 미미하지만 비용은 만만치 않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역화폐 발행ㆍ관리에 쓰이는 부대 비용은 발행 액면가의 2% 수준이다. 올해 지역화폐 9조원을 발행하는 데 약 1,800억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또 지역화폐는 액면가보다 10% 할인 판매돼 정부와 지자체가 지출해야 하는 보조금도 올해 9,000억원에 이른다. 보고서는 9,000억원 가운데 소비자 후생으로 이전되지 못하는 경제적 순손실을 460억원으로 추정, 총 2,26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조세연이 2010~2018년 전국사업체 전수조사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지역화폐 발행에 따른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동네마트 등 일부 업종 매출만 늘었을 뿐, 다른 업종에서는 효과가 없었다. 해당 지역 고용을 증가시켰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보고서는 "지역화폐보다 사업체 직접 지원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또 "소상공인 보호 효과는 단일 주체가 일괄 관리하는 온누리상품권이 지역화폐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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