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최동부 섬, '동지중해 분쟁' 열쇠
그리스 EEZ 기준 설정에 터키 강력 반발
천연가스층 발견으로 주변국 이해 중첩
그리스 대통령이 자국 영토인 인구 500명의 작은 섬을 방문하자 터키가 발끈하고 나섰다. 터키에선 맨눈으로도 확인될 만큼 가까운 이 섬은 줄곧 영해권 획정 논란의 대상이었다. 최근 대규모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자원 전장으로까지 비화했다. 다른 역내 국가들의 이해관계도 중첩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 간 무력충돌 우려까지 나온다.
미국 CNN방송은 14일(현지시간)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이 전날 지중해 분쟁의 중심지인 작은 섬 카스텔로리조를 방문해 터키를 자극했다"고 전했다. 사켈라로풀루 대통령은 섬이 이탈리아령에서 그리스령으로 복귀한 해방 7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터키의 불법행위가 에게해와 동지중해 긴장감을 야기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장관은 "그들은 마치 축하할 섬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카스텔로리조에 왔다"며 그리스 대통령의 섬 방문을 비난했다.
터키가 카스텔로리조에 극히 민감한 이유는 그리스가 본토로부터 580㎞나 떨어진 이 섬을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섬은 터키 해안에선 불과 2㎞ 거리에 있다. 터키 입장에선 그리스가 턱 밑까지 치고 들어온다고 판단할 법하다.
사켈라로풀루 대통령의 방문 직전만 해도 양국 간 긴장 완화 움직임이 있었다. 터키가 이 지역에서 갈등을 촉발한 지질 조사선을 철수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가 곧바로 전투기ㆍ어뢰ㆍ미사일 대거 구매와 군대 증원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대통령의 섬 방문까지 강행하면서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사실 1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을 벌인 양국은 1923년 로잔 조약을 통해 이스탄불 인근 동트라키아 지역은 터키 영토로, 에게해의 섬 대부분은 그리스 영토로 하는 데 합의했다. 그리스는 이를 근거로 영해와 대륙붕 점유를 주장하지만 터키는 수십년째 "그리스의 주장은 완전히 비논리적"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더욱이 2010년 미국의 지질조사 결과 동지중해 일대에서 대규모 천연가스가 발견되면서 터키와 그리스는 물론 키프로스와 함께 프랑스ㆍ이탈리아 등 다른 역내 국가들의 이해관계까지 잔뜩 얽혔다. 사실상 '판도라의 상자'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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