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위 대통령 '아빠ㆍ장인 찬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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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위 대통령 '아빠ㆍ장인 찬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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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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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정치 가문들

편집자주

인도네시아 정부 공인 첫 자카르타 특파원과 함께 하는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 통일)'의 생생한 현장.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가족. 뒷줄 왼쪽 두 번째가 조코위 대통령의 맏아들 기브란, 뒷줄 맨 오른쪽이 사위 보비. 나라시 캡처

12월 9일 인도네시아 270개 지역에서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유권자는 1억600여만명이다. 당초 9월 23일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19 와중에 치러진 한국 4ㆍ15 총선의 성공 비결이 뭐냐고 6월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에 자문을 구했다. 이어 K-선거 국제 화상 세미나에 참석한 뒤 "많이 배웠다"고 답례했다.

중앙 정치인들 이름마저 우리에게 낯선 인도네시아의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목할 이름이 두 개 있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의 맏아들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2ㆍ기브란)와 사위 무함마드 보비 아리프 나수티온(29ㆍ보비)이다. 정치 초보인 두 사람의 출마는 현지에서도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젊은 인재 발탁' '균등한 기회 보장'이라는 긍정, '아빠ㆍ장인 찬스' '새로운 정치왕조 출현'이라는 부정 평가가 상존한다. 추는 부정 쪽으로 기울었다.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기브란은 7월 17일 집권당인 투쟁민주당(PDI-P)의 중부자바주(州) 수라카르타(솔로) 시장 후보로 선정됐다. 입당 10개월만에 15년간 당에서 경력을 쌓은 71세 경쟁자를 제쳤다. 솔로는 그의 아버지가 태어난 곳이자 2005년부터 내리 두 번 시장에 당선돼 입지를 다진 조코위 가문의 텃밭이다. 싱가포르와 호주에서 대학을 마치고 2010년부터 음식 및 정보기술(IT) 사업을 해온 기브란은 "잠을 못 잘까 봐 정치를 안 하겠다"고 수 차례 말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청년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PDI-P 등 5개 당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12월 지방선거에 솔로 시장으로 출마한 조코위 대통령 맏아들 기브란. 안타라통신 캡처

보비는 8월 11일 PDI-P의 북부수마트라주 메단 시장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올 3월 입당해 당선 확률이 높은 현직 시장을 밀어냈다. 메단은 인도네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예전 무역의 중심지로 수마트라섬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보고르농과대를 나와 부동산과 식품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보비는 북부수마트라 왕실 후손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출마의 변으로 "청년의 힘으로 무역도시의 위상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그는 7개 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PDI-P는 두 사람에 대해 "정당의 핵심 기능인 미래를 짊어질 청년 인재의 공정한 선발로 국민 기대에 부응했다"고 자축했다. 최소 3년 이상 당적을 유지해야 지방선거 출마 자격이 주어지는 당규는 무시됐다. 반발하는 당내 인사들은 제명됐다. 보비 지명에 반대하는 세력이 연합체를 꾸렸으나 PDI-P는 보비가 무난히 이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월 지방선거에 메단 시장으로 출마한 조코위 대통령 사위 보비. 템포 캡처

한국일보 인터뷰에 응한 현지 정치평론가와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아르피안토 푸르볼락소노 인도네시아공공정책연구센터(TII) 이사는 "젊은 인재를 발탁하려면 보다 많은 청년들에게 참여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대통령 가족에게만 해당되는 원칙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정치평론가 구스티 라가나타씨는 "특권을 가진 개인의 발탁은 정당 제도의 실패, 공개 선발 등 민주가치의 훼손이자 비민주적 관행"이라며 "선량하고 능력 있는 개인의 기회도 앗아가 공공의 이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디바(22)씨는 "정치 초보가 아버지와 장인을 잘 둔 덕에 승리가 유력한 집권당 후보가 된 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소바리(25)씨는 "출마에 법적 문제는 없으나 조코위 대통령이 아들과 사위의 승리를 위해 권력을 남용할 것이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조코위 대통령이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 출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르피안토 푸르볼락소노 인도네시아공공정책연구센터(TII) 이사. TII 제공

조코위 대통령의 달라진 처신도 실망을 부추기고 있다. 그는 대선에 당선된 2014년부터 공개석상에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자녀들의 정계 진출 및 정치왕조 건립 가능성을 한사코 부인하다가 2년 전부터 차츰 말을 바꿨다. "정계 진출을 금지한 적 없다"(2018년 12월)→"한다면 응원하겠다"(2019년 7월)고 하더니 아들과 사위가 자신이 몸담은 당의 후보로 지명된 최근엔 "누구나 출마할 수 있다"면서 "결정은 유권자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조코위 대통령은 기브란 지명 전 솔로시 관계자들을 따로 만나 아들의 출마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정치가문이나 군인 출신이 아닌 인도네시아의 첫 서민 대통령으로 인기를 누린 그에게 자녀들이 잇따라 정치에 입문한 전직 대통령들과 같은 길을 간다는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정치도 지금 공정을 묻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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